한국일보

돈이 최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고다

2020-01-06 (월)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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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에, “진리는 없느니라. 그래서 그 이름을 진리라고 하느니라.”라는 말이 있다. 진리란 찾아보면 없는 것 같고, 안 찾고 가만히 있으면 있는 것 같다. 다음 글은 친구가 보내준 카카오톡이다.

돈으로 집을 살 수 있어도 가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시계는 살 수 있어도 시간을 살 수 없다. 돈으로 침대는 살 수 있어도 잠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책을 살 수 있어도 지식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의사는 살 수 있어도 건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직위는 살 수 있어도 존경은 살 수 없다. 돈으로 피는 살 수 있어도 생명은 살 수 없다. 돈으로 관계는 살 수 있어도 사랑은 살 수 없다.

위의 글을 처음 읽어보고서, “아, 참 멋있는 말이로구나!” 하고 찬탄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옳은 소리가 아닌 것 같다.


돈으로 가정을 살 수 없다고? 돈이 없어 봐요. 어떤 일이 생긴가. 가정에 불화가 생기고 그리고 결국은 가정이 깨진다. 돈이 있어야 가정이 화목하게 지낼 확률이 훨씬 더 많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가 없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에 가는 데, 돈이 있으면 비행기로 6시간 걸린다. 돈이 없으면 걸어서 가면 반년이 걸린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가 있는 것이다.

잠을 살 수가 없다고? 돈이 없으면 내일 먹을 것이 없어서, 걱정하느라고 오늘 밤 잠을 제대로 못 잔다. 마음이 편해야 잠을 잘 잘 수 있는 것이다. 돈이 있어야 또한 수면제도 살 수가 있다.

지식을 살 수 없다고? 지식은 어디에서 구하는가. 학교나 책에서 구한다. 학교에 가고 책을 사기 위해서 또한 돈이 필요하다. 돈이 지식을 구해주는 것이다.

건강을 살 수가 없다고? 병이 들면, 돈이 있어야 의사한테 찾아가서 치료를 받고 그리고 건강을 되찾는다. 돈이 있어야 좋은 음식도 사서 먹는다. 돈이 있어야 건강센터에 가서 운동도 한다. 부자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비교해보라. 누가 더 건강한가를.

돈으로 존경을 살 수가 없다고? 당신은 가난한 사람하고 부자 두 사람 앞에, 누구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존경을 표하겠는가?

돈이 있어야 남을 위해 돈을 쓴다. 남을 위해 돈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존경도 받게 된다.
돈으로 생명을 살 수 없다고? 옛날 노예들의 생명은 돈으로 팔고 샀었다. 돈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더 귀하게 여겨지고, 돈 없는 사람의 생명은 비교적으로 덜 귀하게 여겨진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다고? 만약 당신이 돈이 없는 아주 가난한 사람이라고 가정해보자. 당신의 아내가 돈 없는 당신을 지금처럼 사랑해주겠는가? 돈이 있어야 사랑도 받는다.

물론 돈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사는 목적 중에 하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돈도 돈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 당신이 돈을 좋아해주면 돈도 당신을 좋아할 것이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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