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가 왔다

2020-01-03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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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경자년(更子年)이다, 새해가 되면 학생은 공부, 20대는 취업과 연애사, 30대는 결혼과 자녀, 40~50대는 직장이나 사업장에서의 성공, 60~70대는 건강과 행복한 노후 등 나이별로 소망하는 바가 다 다르다.

올해는 쥐띠 해다. 십이지신의 첫 번째인 쥐는 풍요, 희망, 기회를 상징한다. 경자년은 육십간지 중 37번째로 경(庚)이 백색, 자(子)가 쥐로, 힘이 아주 세며 부지런하고 위기의식에 강한 쥐를 뜻한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태어난 해에 자신의 지신을 갖고 있다.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가 십이지신이다. 얼굴은 짐승이지만 사람 몸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무기를 들고 열두 방위를 지킨다.


우리 민속 문화 속에 12지신이 뿌리 내리고 산 지 오래, 쥐신앙이 최초로 삼국유사 소재의 ‘사금갑(射琴匣)’ 조로부터 전해진다. 본격화된 것은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12지신을 능묘의 호석에 조각하던 통일신라때로 여겨진다고 한다.

남해안 지방에서는 배의 안전과 만선의 풍요를 기원하고자 배에 쥐서낭을 수호신격으로 모셨다. 뱃길을 떠날 때 쥐가 배에서 뛰쳐나가면 출항을 중단할 정도로 예지의 초능력을 가진 존재로 믿었다.

한편 12지 동물의 순서는 이렇게 정했다고 한다. 옛날 그 옛날, 단군이 수많은 동물들에게 세배하러 오는 순서대로 상을 준다고 했다. 그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부지런한 소가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눈치빠른 쥐가 그 소식을 듣고 소등에 올라탔다.결승선 앞에서 소가 발을 디디려는 찰나 쥐가 소등에서 쪼르르 뛰어내리면서 1등이 되었다. 그래서 소가 2등, 뒤늦게 달려온 호랑이가 3등, 낮잠 자고 온 토끼가 4등, 하늘의 용이 5등, 용꼬리 잡고 온 뱀이 6등, 말이 7등, 양이 8등, 원숭이가 9등, 닭이 10등, 개가 11등, 돼지가 12등이다.

2020년 쥐띠해를 맞고 보니 지난 100년간의 쥐띠해에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궁금했다.

20세기 첫 쥐띠해인 1900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만국박람회가 열리고 올림픽이 열렸다. 조선의 종로 가로등에 민간 최초로 전깃불이 들어오고 한강철교가 세워졌다. 1912년에는 마지막 청 황제 푸이가 물러나면서 중국 왕조가 무너졌고 타이타닉호가 침몰하여 1,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선은 일제가 토지조사사업을 벌여 한반도 수탈을 노골화했다.

1924년 레닌이 사망하며 스탈린이 숙청과 살육을 예고했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사건이 터졌고 중국 서안사변, 스페인 프랑코의 쿠데타가 일어났다.

1948년은 대한민국이 탄생했고 유대인은 이스라엘 독립 선언을 했다.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났고 미국에서는 경구피임약이 시판되면서 여성에게 임신의 공포를 덜어주었다. 1972년에는 미국과 중국이 손잡으며 남북관계도 화해 무드로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다.


1984년 태풍 준이 한반도를 강타하여 수많은 수재민이 피해를 입었고 1996년에는 한국이동통신의 애니콜 신화가 출발했고 2008년에는 삼성특검이 실시됐다. 그리고 2020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국에서는 10년만에 인구센서스가 열리고 11월3일 대선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4월 국회의원 총선이 있다. 남북관계, 북미관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어느 것 하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 흘러가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정도로 크나큰 이슈들이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일은 열심히 유권자 등록하고 투표에 참여하여 한인 커뮤니티의 힘을 보여주는 것뿐, 지난 백년동안 어느 해든 사건사고는 계속 일어났고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힘들지 않은 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새해에는 뭔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 까 기대를 한다. 흰쥐는 꿈에 보면 길몽이라는데 흰쥐 해를 맞아 우리 모두에게 경사스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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