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녕, 2019!

2019-12-27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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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10일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수퍼 영웅이 되었다. 동남아시안(SEA) 게임 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한 것, 10일밤 베트남 전 국민은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쾌거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베트남 국기의 붉은 물결 속에 태극기도 함께 휘날렸다.

2017년 10월부터 시작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에서의 새로운 삶은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 진출, 지난 1월에는 베트남 대표팀을 사상 최초로 아시안컵 8강에 올리고 불과 2년만에 베트남을 아시아 최고 축구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박항서 감독을 베트남 명예대사로 임명하자는 청원이 등장했는데 그 이유가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박항서 감독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열광적 지지야말로 역대최고의 외교적 성과’라는 것이다.


베트남에 분 한류 열풍으로 한국은 좋은 이미지를 가진 나라 2위(1위는 인도)가 되었다. 더불어 이 기회에 1960~1970년대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 일부가 민간인 수천 명에게 준 상처가 조금이라도 회복되기 바란다.

1966년 12월3일~6일까지 발생한 ‘빈호아 학살’은 치열한 전투가 많았던 작전 지역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라지만 수백명의 베트남 피해자 중 일부는 살아서 그 사건을 증언하고 있고 빈호아 학살 한국군 증오비‘도 그 마을에 세워져 있다.

또한 최소 5,000~최대 3만명의 라이 따이한(대한) 베트남인들은 ‘혼혈잡종’이라는 멸시 속에 극심한 가난과 차별 속에 살고 있다. 이들의 마음이 풀려가고 한국인 핏줄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베트남은 1986년 6차 전당대회에서 ‘도이모이 (Doi Moi: 개혁변화’ 정책을 채택, 경제개혁에 적극 매달렸다. 오랜 전쟁으로 피폐화 되었던 베트남은 1989년 미국과 대화를 재개한 후 1992년 베트남 경제 제재 조치 전멸해제, 1995년 미국과 국교 수립 및 2000년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그러자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밀려들고 경제성장은 매년 눈부시게 성장하는 중이다.

한국 역시 1992년 12월 한국과 베트남도 수교하면서 베트남에 한국 관광객이 몰려들고 사업 진출로 방문하는 자가 늘어났다.

한국과 베트남은 과거 ‘월남전’으로 연결되었지만 왜 박항서 호가 베트남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원망을 풀어간다는 생각이 들까, 어쨌든 이 기회에 한국과 베트남이 우호 협력관계를 적극 수립하고 자연스레 과거사도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용서 받기 바란다.

북한도 베트남 개혁 개방의 성과를 눈으로 보는 바이니 2020년에는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면 좋으련만,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크리스마스가 지났음에도 오지 않았고 여러모로 어수선한 시즌이다.


올해이든 새해이든 사람은 누구나 죄를 짓고 살아서는 안된다. ‘음덕을 쌓으면 자손이 복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아장 아장 걷는 손자 손녀가 행여 넘어질까 옆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는 마음, 귀한 내 자손이 건강하게 자라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하자면 내가 함부로 살 수가 없다. 그 마음이 주위에 덕을 쌓게 만든다. 보이지 않게 남을 돕고 은혜를 갚아 가면서 살게 한다. 타인을 위해 덕을 쌓는다는 말은 불교는 물론 기독교 성경 곳곳에, 심지어 유교에도 나온다.

북송의 정치가이자 ‘자치통감’의 저자 ‘사마광이 “많은 재물을 자손에게 물려줄 지라도 자손이 능히 지키지 못하고, 책을 쌓아서 자손에게 남겨줄지라도 자손이 능히 읽지는 못할 것이니, 이 모두가 보이지 않게 덕을 쌓아서 자손을 위한 계교를 세우는 것만 못하다’고 한 말이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전해 내려온다.

현세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어 이만하면 성공했다는 사람도 그 사람만의 노력만으로 이룬 것은 아니고 조부모, 부모의 공덕이 후세에 그 열매를 맺은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올해도 내년에도 살자. 안녕, 2019!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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