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에 은유가 중요한 이유

2019-12-27 (금)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크게 작게
“우리의 삶에 은유가 중요한 이유는 평범한 일상 언어가 은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낯섦과 설렘, 당혹감과 놀람, 환희와 긴장, 풍부한 상상력으로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은유는 도약의 모태다. 책상 서랍 안에 오래 묵힌 원고지에서 찬란한 시가 탄생하듯이, 오래된 사유 덩어리가 신선한 은유를 만날 때 도약을 일으킨다.

은유는 그냥 저절로 태어나지 않는다. 관습의 지루함과 형식의 낭비를 탈피할 때, 낮선 곳으로 궤도 수정이 일어날 때 은유는 불현듯 태어난다. 태어난 은유가 농밀한 상징성을 얻어 확장될 때, 그 은유는 홀연히 ‘낯선 세계로의 도약’을 성취하여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그래서 은유는 절약된 직유이면서 동시에 직유의 후생(後生)이기도 하다.“-박현수의 ‘시를 써야 시가 되느니라’ 중에서

은유를 통하여 교회당 종소리처럼 우리의 심성은 환희와 기쁨을 얻는다. 은유 때문에 세파에 시달려 지친 우리의 삶은 여름 수박에 담긴 얼음처럼 힘찬 생기를 얻는다. 은유의 언어가 없이 사는 사람과 그것이 충만한 가운데 사는 사람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


에이스 침대회사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문안은 우리에게 사뭇 익숙하다. 이 절묘한 은유적 광고가 나간 1994년 이후로 에이스 침대의 시장 점유율이 14.7%에서 80.4%로 급증했다.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침대는 가구가 아니고 과학이다.“라는 말을 구구단처럼 외우고 다녔다.

그해 강남의 한 초등학교 2학년 학기말 시험 문제지에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의 문제가 나왔다. 정답은 ‘전화’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이 ‘침대’라고 답을 썼다. 이 결과를 본 교육부 당국은 경악했다. 교육부 장학사의 조사결과, 아이들이 “침대는 가구가 아니고 과학입니다.”라는 TV 광고를 통해 인지적 변화를 일으켰음이 밝혀졌다.

시편은 은유의 보고다. 아브라함 링컨이 독학할 때 시편을 열심히 암송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링컨처럼 삶의 여건이 좀 부족해도 은유가 성공하면 지력과 심력이 함양된다. 인지 혁명이 일어난다. 무기력한 삶은 낯선 새로움으로 가득 차게 되고 힘찬 도약이 일어난다.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