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쪽이 아닌 온쪽이다

2019-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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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얼마전 뉴욕타임스지에 중국 우한(Wuhan)이란 곳에서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란 기자가 보낸 기사를 내가 좀 간추려 본 것이다.

키안 리쿤(Quian Likun)은 모범적인 대학생으로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에게 한눈을 팔거나 하는 일 없이 열심히 공부도 잘하고 달리기 경주에도 나간다. 다만 키안 씨는 다른 일반 대학생들보다 다섯 배나 나이가 많은 백 하고도 두 살이다.
키안 씨가 다니는 노인대학교는 중국 양자강을 끼고 있는 주요 도시 우한에 있는데 학생 수가 8,000명이다. 5년 전에 설립된 이 학교는 지난 8년 동안에 중국에서 생긴 800여 노인대학 중에 하나이다.

중국에는 전통적으로 경로사상이 있어서인지 아직은 후진국인데도 노인들을 위한 국가적인 배려와 시책이 놀랍고 인상적이다. 의지할 자녀가 없는 노인들을 위해서는 그들이 살 ‘노인의 집’이 마련되어 있고 부락이나 도시마다 은퇴한 시민들의 건강과 오락 및 교육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있다.


대부분의 중국 노인들은 자식들과 같이 살면서 손자 손녀들을 보살펴 주어야 하므로 애들 부모가 일 나가고 애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에 노인대학교 수업을 받는다. 게다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시내 각 주택가에 13개의 분교가 있다. 그리고 학교 운영은 주로 시정부 예산으로 하며 교수진은 근처 정규대학 교수들이 적은 보수로 봉사하고 있다.

“노인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이 있고 학구열이 높은 까닭에 정규대학생들 가르치기보다 더 흥미롭다”고 한 노인대학교 분교에서 중국문학을 가르치는 주우(Zhou Wu)씨는 말한다. 그의 학생들 가운데 가장 근면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바로 102세의 키안 씨다. 은퇴한 영농연구원인 키안 씨는 매 수업시간을 위해 미리 예습도 잘해오고 수업시간 중에는 그의 날카로운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단다. “당(唐)나라 시대 수준으로는 이 시가 별로이지만 오늘날 볼 수 있는 어떤 현대시보다 우수하다”고 얼마 전 한 수업시간에 선생님 주 씨가 칠판에 써놓고 강의하는 시 한 수에 대해 키안 씨가 평하더란다.

키안 씨는 혼자서 학교에 걸어 다니고 선생님의 강의를 따라갈 정도로 잘 듣고 본다. 그가 노인대학교에서 처음 들은 강의과목은 노인건강관리였는데 몇 달 전에 백 살로 세상 떠난 그의 부인과 건강이 안 좋은 그의 81세의 딸을 보살피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키안 씨는 말한다.

이 기사를 쓴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씨는 오늘 아침(2019년 12월 8일자) 그의 칼럼에서 젊은이들과 나누고 싶은 ‘성공의 네 가지 비결(The Four Secrets Of Success)’을 밝혔다.
첫째로 학문 중에 경제와 통계수업을 받는다. 둘째로 자신보다 큰 대의(大義)를 추구한다. 셋째로 배우자를 잘 선택한다. 넷째로 안일함을 피한다.

이제 인생 80대 고개에 올라 젊은이들과 나누고 싶은 나의 깨달음이 있다면 한 마디로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라.(I learned to be self-sufficient.)’일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애당초 난 ‘반쪽’이 아닌 ‘온쪽’이라는 말이다. 남녀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그렇다는 말이다.


이태상<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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