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같은 비참한 죄인 구하셨으니…’

2019-12-17 (화)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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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국경과 종교를 초월하여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는 노래 중의 하나가 바로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가 아닌가 한다.
이 곡은 찬송가이면서도 기독교 신앙 여부에 관계 없이 세계인들에게 널리 애창되고 있다.

남북 전쟁 시 북군과 남군은 모두 이 노래를 군가로 불렀다. 체로키 인디언 부족은 백인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동료를 제대로 장사 지낼 수 없을 때 이 노래로 장례를 대신했다고 한다.

체로키 부족은 지금까지도 이 노래를 국가로 사용하고 있다.
요즈음은 인권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노래가 애창되고 있다. 또한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자를 치료하는 재활원과 교도소에서도 환자들과 재소자들의 치료와 교화 목적으로 이 노래를 부르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적인 애창곡이 된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아이러니칼하게도 악명높던 노예상인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7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싣고 미국으로 가던 노예선 한 척이 1748년 5월10일 항해 중 거센 풍랑을 만나게 된다. 이 배의 선장이며 노예 상인이던 영국인 뉴튼(John Newton)은 배가 침몰의 위험에 처하자 하느님께 간절히 매달리며 구원을 빈다.

침몰 직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뉴튼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깊은 영적 체험을 하고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 후 노예사업을 그만 둔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었으며 누구보다도 노예제도 반대에 앞장서게 된다.

훗날 목사가 된 그는 자신을 구해준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를 작사한다. 세상에서 가장 부도덕한 자신과 같은 비참한 죄인마저 구원해 주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놀라운 은총에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는 이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널리 애창되기 시작하였다.

놀라운 주님의 은총이여, 그 음성 얼마나 감미로운가/ 나같은 비참한 죄인마저 구하셨네
한 때 길 잃고 헤매었으나 지금은 바른 길 찾았다네/ 한 때는 눈 멀어 못보았으나 지금은 볼 수 있다네

내게 두려움을 가르쳐 주신 것도 주님의 은총이요/내게서 두려움을 없애주신 것도 주님의 은총이라네/ 처음 주님을 믿기 시작한 순간/ 내게 나타나신 주님의 은총은 얼마나 귀하고 거룩한가

지금까지 숱한 위험과 수고와 시련을 겪으면서도/ 우리를 여기까지 안전하게 인도하신 것은/ 모두 주님의 은총이라네

주님의 은총은 또한 우리를 영원한 안식처로 인도할 것이네/
뉴튼은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목사로 재직하다가 8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였다.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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