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에 팔려가는 파키스탄 기독교 여성들

2019-12-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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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600여명 달해...미성년자까지 포함, 빈곤층 가정 대상

▶ 인신매매 브로커 활개

중국에 팔려가는 파키스탄 기독교 여성들

파키스탄 여성이 강제 결혼한 중국인 남편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여성은 오빠들에 의해 나이 많은 중국 남성에게 팔린 뒤 중국 남성 여러 명에게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P]

지난해 600여 명의 파키스탄 기독교 여성이 중국인 남성에게 강제 결혼 등을 통해 인신매매 된 것으로 밝혀졌다. AP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4월까지 약 미성년자를 포함한 파키스탄 기독교 여성 약 629명이 인신매매를 통해 중국으로 입국했는데 대부분 가족에 의해 팔려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파키스탄 당국은 국제공항의 디지탈 여행 기록을 조사해 이번 수사를 진행했다.

익명의 파키스탄 정부 관리는 중국 남성에게 파키스탄 여성을 매매하는 것은 ‘돈이 되는 장사’라고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관리에 따르면 강제 결혼 대상 파키스탄 여성을 중개하는 중국과 파키스탄 측 브로커는 소개 대가로 약 400만~1,000만 루피(미화 약 2만 5,000~6만 5,000달러)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을 브로커에게 건넨 가족에게는 약 20만 루피(약 1,500달러)만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익명의 관리는 “기독교 여성 대상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라며 “정부의 노력이 소홀한 틈을 타 인신매매가 현재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라고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지난 5월 AP 통신은 이미 파키스탄 빈곤층 가정 기독교 여성 수백 명이 강제 결혼을 통해 인신매매되고 있는 실정을 보도한 바 있다. 파키스탄 내 기독교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2.6%로 대부분 빈곤층이어서 주로 국제결혼 브로커들의 인신매매 대상이 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일부 교회 목사들이 기독교 여성 매매를 주선하는 경우도 있는데 ‘가난한 가정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목사들의 주장이다.

무콰다스 애쉬라프는 16세이던 지난해 부모에 의해 중국인 남성과 강제 결혼을 해야 했지만 5개월 만에 이혼 뒤 임신한 몸으로 파키스탄으로 다시 돌아왔다. 애쉬라프는 “중국 남성과의 결혼은 모두 사기였다”라며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강제 결혼에 대한 실상을 밝혔다. 기독교 여성뿐만 아니라 힌두교 여성은 납치를 통해 무슬림 남성과 강제 결혼을 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 단체 ‘법률 지원 및 정착 센터’(CLAAS)는 올해 여름 14살의 나이로 납치돼 무슬림 남성에게 팔려간 소녀를 구출한 바 있다. CLAAS는 이슬람교 전파를 위한 목적으로도 타 종교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제 결혼이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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