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약자에게 무례하지 말라

2019-12-06 (금)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크게 작게
“하루는 가까운 언니가 ‘괜찮은 남자’가 있는데 한 번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전화가 왔다. 약속된 장소에 달려가 만나 보니 동갑내기 그 남자는 정말 괜찮았다. 전문 지식뿐 아니라 화제도 풍부하고 유머 감각도 뛰어난 엘리트 기업가였다.

좋은 시간이 흐른 후 둘은 다음 주에 다시 만나기로하고 식당 문을 나섰다. 하지만 좋은 건 거기까지였다. 운전기사가 늦게 나타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렇게 정중하고 예의바르고 부드럽던 ‘괜찮은 남자’가 갑자기 뒤채는 명량바다의 물결처럼 돌변했다. 60대의 운전기사가 주차장 앞길이 막혀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인파가 붐비는 길에서 반말로 큰소리 치며 무안을 줬다.

이젠 자기가 직접 택시를 잡아주겠다며 승용차에서 내렸다. 때마침 그 옆을 지나던 시각장애인과 부딪쳤다. 그 순간 ‘괜찮은 남자’가 용수철처럼 한 마디 내뱉었다. ‘에이 재수 없어.‘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중얼거렸다. ‘재수 없다니, 정말 재수 없는 사람은 바로 너다, 이놈아.’ 택시에서 내리면서 ‘괜찮은 남자’의 기억을 지웠다. 아무리 돈 많고 지위가 높고 배움이 많아도, 약자를 함부로 대하는 비루한 사람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았다.”
- 한비야의 ‘1그램의 용기’ 중에서


한 인간의 인품의 성숙도는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측근에게 늘 말했다. “당신이 앉아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기 위해서 다가오면, 아랫사람이라도 일어나서 정중하게 맞아라. 상대방이 적일지라도 존경심을 표시하고, 그의 불행을 기뻐하지 말라.”

사울의 손자 므비보셋은 전쟁의 와중에 간신히 살아남아 외딴 곳에서 혼자 숨어 살았다. 다윗은 므비보셋을 왕궁에 불러들이며 말했다. “무서워 말라 내가 반드시 네 아비 요나단을 인하여 네게 은총을 베풀리라. 내가 네 조부 사울의 밭을 다 네게 도로 주겠고 또 너는 항상 내 상에서 먹을지니라.“ 이때부터 하나님은 다윗을 주목했다. 다윗을 높여주셨다. “내가 이새의 아들 다윗을 만나니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 내 뜻을 다 이루게 하리라.”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