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

2019-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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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Apple)’은 스티브 잡스 혼자 일으킨 회사가 아니다. 세 사람이 공동 발기인이 되어 시작한 주식회사다. 제 2의 동업자는 탁월한 기술자로 알려진 스티브 워즈니악이다. 하지만 제3의 동업자 로널드 웨인에 대해서는 세상에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다만 안타까운 스토리가 하나 만 남아있다.

기술 혁신가였던 잡스와 워즈니악과는 달리 웨인은 상표 디자인, 광고기획과 같은 행정력이 탁월했다. 이 대가로 웨인은 10퍼센트의 주식을 지분으로 배당 받았다. 웨인은 이 지분을 오래 붙들고 있지 못했다. 궁핍한 집안 살림에 보태려고 보유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때 받은 돈은 2,300달러이고 그 날은 회사 창립 12일 째 되는 날이었다. 웨인은 지금 네바다주 파럼에 살고 있으며 연방정부의 사회보장연금으로 최저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로드 와그너의 ‘Power of Two' 중에서

애플 주식의 시가가 한 주당 500달러라고 쳐도 웨인이 소유한 10퍼센트 지분은 현재 시가 약 470억 달러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웨인은 눈앞에 직면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신속했지만, 미래를 내다보며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만족을 지연시키는 절제능력’에서는 실패했다.


아브라함은 과감하게 경계성을 뛰어넘는 결단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하나님의 첫 경계선 돌파는 화려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포기하고 미지의 땅 가나안으로 향하는 모험으로 시작했다. 아브라함의 새 삶의 여정은 순적하지 않았다. 중간 기착지 하란은 유혹의 도시였다. 물질 성공을 보장하는 도시문명의 만족을 꿈꾼다면 굳이 먼 가나안까지 갈 필요가 없을 만큼 완전한 조건을 갖춘 도시가 하란이다.

물질문명에 압도당한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하란에 주저앉았고, 하나님과의 언약을 붙잡았던 아브라함은 홀연히 하란을 떠났다. 이것이 아브라함의 두 번째 경계선 돌파다. 현재의 달콤한 메시밀론 한 조각보다 하나님의 언약의 성취를 더 사모했던 아브라함의 절제능력은 위기의 경계선을 뛰어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올더스 헉슬리는 말했다. “누가 성인인가. 인생의 모든 순간이 위기의 순간임을 자각하는 사람이 바로 성인이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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