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밖에서 구하지 않는 삶

2019-11-19 (화) 원공 스님/ 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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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자신을 자기의 의지처로 삼아라. 남을 의지처로 기대서는 안 된다. 법을 의지처로 굳게 붙들어야 한다. 다른 어떤 피난처에도 의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 부처님께서는 이 가르침을 열반을 향해서 가는 모든 수행자에게 말씀하셨다. 완전한 행복을 향해서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가르침이다.

우리는 보통 물질적인 소유와 인간 관계 등 다양한 환경조건에 의지해서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밖에서 구하지 말고 안에서 구하라 하신 것이다.

몇 주 전에 한 불자를 만났는데 근래에 풍을 맞은 환자다. 거의 하루 종일 같이 있었는데 계속 반복해서 “그 때 그 집을 샀더라면 (아들, 며느리, 손자와 한 집에서) 같이 살 수 있을텐데…”하며 후회하였다. 그분은 아들과 같이 살기 위해서 추운 겨울에 무리해서 아파트를 보러 다니다가 풍을 맞았다. 그리고 치료를 해서 많이 나아졌는데 아들 부부가 상의 한마디 없이 몰래 준비해서 분가해 나가자 그 충격으로 다시 쓰러져 병세가 악화되었다.


밖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진리에 의존해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의 생활을 행복하게 사는 지혜라는 것을 실감했다. 밖에 의존하면 뜻대로 되면 행복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행하다. 그러므로 행복과 불행은 빛과 그림자가 함께 따라다니는 부자유한 삶일 수밖에 없다.

의지하지 말라는 것은 아들과 같이 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든 집착을 놓아버리고 진리를 구하고 실천하라는 것은 불법의 중심이며 기본인데 지식으로 배울 때는 아는 것 같은데, 자신의 생활 속에서는 이해하기도 어렵고 실천은 더더욱 어렵다. 우리의 수행은 진리의 가르침을 자신의 생활 속에서 이해하고 실천을 넓히고 깊게 하는 노력이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자기 자신을 의지처로 삶고 진리를 의지처로 하면 일체에서 자유로운 완전한 행복에 도달한 ‘사리불’ 존자가 있다. 어느 때 누군가 부처님께 가서 사리불 존자를 비난했다.

그 때 존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것을 버려도 땅은 싫어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혐오하지 않습니다. 걸레는 똥, 오줌, 가래, 침, 피, 고름을 닦더라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두 손이 잘린 비천한 전다라(불가촉천민)는 모든 이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수모를 견디며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두 뿔이 잘린 황소는 참을성이 많아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제 마음은 대지와 같고, 걸레와 같고, 전다라와 같고, 뿔이 잘린 황소와 같아 성냄이 없고 진리 안에서 자유롭습니다.”

자신을 의지처로 삼는다는 것은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과 진리를 향한 근원적인 믿음과 지혜의 실천이 담긴 가르침이다. 대행스님께서는 “어떤 것도 밖에서 구하려고 하지 말고 어떤 것도 안에서 구하면 뭐든지 구해진다.” 하셨다.

외부의 물질적 현상에만 의존하는 삶을 살아온 우리들에게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가르침이지만 이 가르침은 일상의 작은 행복으로 우리를 데려가며 영원한 행복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가르침이다.

<원공 스님/ 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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