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치있는 말

2019-11-04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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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才致)란 한국말은 눈치 빠른 재주를 가리킨다. 대화에서 재치 있게 말하는 것이 대화 성공의 비결이다. 훌륭한 정치가나 철학자등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재치 있게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사람이 로마의 대철학자이며 과학자인 아리스토테레스(BC 384-322)에게 물었다. “거짓말 하는 사람들이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아리스토테레스가 대답하였다. “그 사람이 진실한 말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게 된다네.” 거짓말쟁이의 대가는 불신이라는 대답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수제자로 논리학 윤리학 등을 개발한 서양철학의 아버지이다. 어떤 사람이 아리스토탤레스에게 물었다. “부모와 교사와 어느 쪽이 더 중요합니까?” 대학자가 웃으며 대답하였다. “부모는 아이에게 생명을 주었지만 그 생명을 귀중한 것으로 가꾼 사람은 교사가 아니겠는가.”


독일의 천재 작가 요한 괴테(1749-1832)는 익살꾼으로도 유명하였는데 몹시 추운 겨울 날, 이런 말을 하였다. “겨울이 되면 목을 매어 죽었다가 봄에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아주 이상적이겠어.” 식물에 부활(復活)이 있듯 사람에게도 부활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음악가 베토벤(1770-1827)과 괴테는 친구였다. 그들이 둘이서 거리를 걸으면 유명한 두 예술가를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모두 인사를 드렸다. 괴테가 중얼거렸다. “인사 받기도 귀찮군!” 그러자 베토벤이 응수하였다. “허허...그 건 당신이 너무 지나치게 당신 스스로를 보는 거야. 저 사람들이 인사하는 것은 자네가 아니라 나를 보고 인사를 하는 걸세.” 이 재치문답은 베토벤의 판정승이다.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세계대전을 치룬 영국의 수상이다. 그는 화가이기도 하였다. 어느 날 마가렛 여왕이 처칠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째 풍경화만 그립니까? 인물화도 그리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요.” 처칠 수상이 대답하였다. “허허...여왕 폐하, 사람을 그리면 모델하고 닮았느니 안 닮았느니 하고 말이 많습니까. 그러나 나무나 바위를 그리면 말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자기의 자연(自然)에 대한 사랑을 표명한 것이다.

미국의 천재적인 발명가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이 어렸을 때의 일화이다. 그는 식사 때마다 드리는 아버지의 감사기도가 너무 길어 몹시 지루하였다. 어느 날 타작을 기다리고 있는 밀단을 바라보며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빠, 저 밀단들을 보고 미리 감사기도를 해놓으면 식사 때마다 기도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어린 벤자민이 아빠에게 야단맞은 건 두 말 할 것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가 누구냐? 그것은 철학자 쇼펜하우엘의 여동생 아텔레였다고 말하는 것이 서양농담이다. 로마의 아이들은 아텔레! 라는 말만 들어도 도망쳤다고 한다. 그녀의 고향이 독일이었기 때문에 독일 화가들이 결의를 지었다. “아텔레를 독일 시민이라고 인정하는 자는 조국에 대한 배신자이다!” 정말 웃기는 화가들이다. 못 생겼다고 시민권을 박탈하는 법이 어디에 있는가!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말을 막 하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어느 날 기자가 질문하였다. “대통령께서는 기분이 우울할 때 어떻게 조절하십니까?” 대통령이 대답하였다. “휘파람을 불지.”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께서 휘파람 부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물론 못 들었겠지. 아직 한 번도 휘파람 불어본 적이 없으니까.”

프랑스의 시인 빅토르위고(1802-1885)는 늙어서도 연애편지 쓰기를 즐겼다. 거리서 잠간 인사한 미녀에게도 편지를 냈다. 어떤 때는 같은 편지를 두 여자에게 보내 야단맞기도 하였다. 이쯤 되면 연애편지 광(狂)이라고 해야겠지.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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