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 인구 10%이상이 만성 영양결핍에 시달려
▶ 교황, 특별메시지 통해 각국에 조속한 대책 촉구
먹을 것이 풍족해서 너나 할 것 없이 음식 귀한 줄 모르고 살다보니 보릿고개 시절을 언급하는 부모세대의 이야기가 현실감 없이 다가온다. 하지만 지구촌 저편에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소박한 한 끼 식사가 그 누구보다 간절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세계 식량의 날(10월16일)이 신앙인들에게 던져주는 교훈을 살펴본다.
세계 식량의 날은?
매해 10월16일은 세계 식량의 날이다. ‘월드 푸드 데이(World Food Day)’가 일반적인 명칭이지만 국가에 따라서는 ‘월드 브레드 데이(World Bread Day)’로 부르기도 하다.
이날은 개발도상국의 기근과 빈곤 퇴치를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인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정한 것으로 올해로 74주년이 됐다. 로마에 본부를 둔 FAO는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미래다(Our actions are our future)’란 주제로 각국 국민들의 영양과 생활수준 향상 및 식량과 농산물의 생산과 분배 개선에 노력하며 2030년까지 전 세계의 기아를 100% 퇴치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현재 200여개 국가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세계 빈곤 실태는?
음식 섭취는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요건인 동시에 영양분을 제공하고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학업 능률 향상과 신체 성장에도 귀한 요소다.
하지만 FAO는 지구촌 인구의 10%가 넘는 8억2,000만명이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영양결핍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반면 과체중 비만인구는 2배 이상인 19억명이다.
미국과 캐나다가 있는 북미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연방농무부 집계로는 북미에서만 1,500만 가구가 매끼 먹을거리를 걱정하는 빈곤선 미만의 극빈자로 파악하고 있다. 북미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9명 중 1명이 만성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매년 310만명의 어린이가 영양결핍으로 죽어가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빈곤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황의 특별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특별 메시지를 발표하고 전 세계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억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죽어가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각국의 정부는 물론 사업체와 종교시설 및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세계 기아 퇴치에 힘쓰며 조속한 대책을 세워줄 것을 아울러 촉구했다.
교황은 특히 건강한 식습관을 갖추지 못해 빈곤 국가에서조차 오히려 비만인구가 늘고 있다며 불균형한 영양 섭취가 오히려 특정 영양소의 과도 섭취를 초래해 당뇨병부터 심장질환까지 다양한 형태로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쪽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과도한 소비로 음식이 버려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교황은 가난한 이들에게 삶의 기초적인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경제 제도와 사회적 운동 고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또한 금전적 이익을 앞세워 식량을 투기 대상으로 격하시키는 수익 추구 행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기아와 영양실조를 상대로 한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아 퇴치는 종교적 과제
가톨릭의 대표 수장인 교황의 특별 메시지에 다른 종교계도 공감하며 기아 대책 마련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아와 빈곤은 종교적인 관점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란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일은 가톨릭이나 개신교 등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 길이고 불교를 비롯한 다른 종교에서도 늘 강조하는 자비를 실천하는 덕목이자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아와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모자람 없이 먹을 것을 누릴 수 있는 현재의 환경에 감사하는 것도 종교의 다름을 떠나 모든 신앙인이 갖춰야 할 중요한 자세로 지목됐다.
무엇보다도 대지를 오염시키고 주변 식수원과 자연환경까지 망가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된 버려지는 음식물의 낭비를 막는 것은 창조주가 만든 세상을 보호하는 일이라는 공감대가 가장 크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의 70%가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배출된다는 한 조사를 미뤄볼 때 식량 문제 해결은 정부보다는 개개인의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던져준다.
이와 관련 기아 퇴치를 위해 조직된 유엔 산하 기관인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10월 한달간 전 세계적으로 음식물 낭비 예방 캠페인을 진행하며 낭비 없는 식생활 실천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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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