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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그리운가?

2019-10-18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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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2017년 400만 달러에 매입한 이집트 황금관이 도난당한 유물이라는 사실을 알자 이를 이집트에 반환했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로 혼란하던 시절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황금관에는 약 2,000년 전인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기원전 305년~기원전 30년)시기에 활동한 사제 네드제만크의 미라가 들어있다.

지난 1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이집트 문명 국립박물관 고대유물부는 이 고대 황금관을 공개하고 이집트 당국과 미국 당국의 강력한 연대감을 보여주었다. 비록 400만 달러를 손해보았지만 장물인 것을 알고 바로 반환한 메트 뮤지엄의 신속하고 명확한 판단에 찬사를 보낸다.

알다시피 1872년 개관한 메트에는 5,000년 인류의 역사와 숨결이 살아있는 건축, 회화, 조각 등 300여 만 점의 문화유산이 소장되어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런던 대영박물관도 수백만 점의 문화유산을 보관하고 있다. 이 중 그 유명한 로제타석은 1799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당시 획득했지만 프랑스군이 항복하면서 영국군이 압수하여 1802년부터 현재 대영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문화재의 불법적 반출은 로마시대부터 전쟁 전리품의 형태로 시작되었고 제국주의 시대에는 강대국들이 식민지 개척 과정에서 피점령국의 문화재를 약탈했다.

한국은 어떤가,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에 건너간 문화제가 10만점 이상~수십만점으로 추정된다. 조선회화의 걸작인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임진왜란때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덴리 대학이 소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일본상인 오쿠라 다케노스케(1870~1964)는 대낮에도 인부들을 끌고 도굴하러 다니는 등 한국문화재를 긁어모았고 해방 후 1,100여점을 일본으로 가져갔다. 유물들을 강탈, 강제매집한 터라 환수 상황이 되니까 아예 도쿄 국립박물관에 1,000여 점을 기증해 ‘오쿠라 컬렉션’으로 보관 중이다. 일본은 다른 나라 유물도 국가문화재로 지정하니 신라 금동투각 관모 등 우리 문화재 및 중요미술품 등 유물 39점이 자기네 나라 문화재가 되었다.

문화재제자리 찾기(대표 혜문 스님)측은 불법도난이나 도굴 자료를 조사해 합법적인 문화재 반환운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도쿄 박물관측은 1965년 한일 회담으로 문화재 반환 문제도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신미양요, 미 군정기, 한국전쟁 등 혼란기에 선교사, 외교관, 사업가들이 수집한 우리 문화재 2만점 이상이 건너와 있다. 한국전쟁시 미 해병대 장교가 덕수궁에서 미국으로 불법반출 했던 대한제국과 조선왕실의 인장 9점이 2013년 미 국토안보부 수사국에 의해 압수되었다가 2014년 4월에 한국으로 반환되었다.

최근에는 문화재를 약탈당한 국가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문화재 반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양쪽 정부간 협상, 기증, 영구대여, 구입을 통한 반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국가주의는 문화재는 만들어진 장소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닌다는 논리이고 문화 국제주의는 문화재가 특정문화나 국가의 소유가 아니라 모든 인류의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메트의 이집트 황금관 반환 일화를 보면서 유물에 영혼이 있다면 원소유국으로 가기를 원할까를 생각해 봤다.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 멜라네시안 전통문화들-나무 조각상, 장례 가면, 조개껍질 목걸이, 저승행 가마 등등이 태어난 자리에서 강한 햇볕과 비바람을 맞으면서 사용되다가 썩어서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나으려나? 그렇게 고향이 그리운가? 아니면 유리 장식장에 갇혀 온 세계인의 구경거리가 되지만 자신들의 문화가 이랬다며 존재를 알리는 것이 더 나으려나?

최근 각 국의 약탈문화재 반환의 흐름에 맞춰 일본에 건너간 수십만 점의 우리 유물을 돌려받자면 한일관계도 좋아져야 하는데, 글쎄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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