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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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만원인가

2019-10-07 (월)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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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구는 2006년 3억 명을 넘어선 이래 꾸준히 증가하여 2017년말 기준 3억20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1790년 미국이 처음으로 인구조사를 시작할 때 미국의 총 인구가 350만명이었다고 하니 227년만에 인구가 9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인구증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히스패닉계 인구의 급증이 두드러지다.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사람들의 총칭인 ‘히스패닉’은 미국 전체 인구의 17.6%를 차지해서 이미 흑인을 제치고 미국 제2위의 인종으로 올라섰다.

흑인은 지난 2003년 히스패닉에 2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아직도 미국 인구의 12.7%를 차지하고 있고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 뒤를 아시아인이 5.4% 로 멀리서 뒤쫓고 있으며 인구 비율은 가장 작지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앞으로 3, 40년 후에는 지금의 소수 민족인 히스패닉과, 흑인, 동양인 등 이른바 비주류 계층을 합친 숫자가 백인보다 많아져 주류와 비주류의 위치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세대가 바뀌면서 이민 1세들이 가져온 모국의 언어와 문화는 ‘멜팅 파트’ 속에 녹아들어 희미해지겠지만 이민이 계속되는 한 다양한 언어와 문화의 유입은 계속되어 미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민 문제, 특히 서류 미비자에 대한 문제는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이다. 1200만에 달하는 서류 미비자들에게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는 미국인들 간에 항상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민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즉 문호를 보다 폭넓게 개방하자는 개방론자와 미국은 만원이니 빗장을 걸어잠그자는 폐쇄론자이다.

이민 문호를 더 열자는 사람들은 미국에 온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힘든 일도 마다않고 열심히 일하며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미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양한 문화적 배경 역시 미국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문호 개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민자들이 삶의 질 저하와 범죄율 증가를 유발하고 있으며 미국인이 낸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미국인들이 벌써부터 ‘미국은 만원이다’ 라며 빗장을 걸어잠그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은 넓고 넓은 기회의 나라임에 틀림 없다. 남한 면적의 93배에 달하는 광활한 국토에 인구는 4500만 남한인구의 7배 밖에 안되니 단순 비교만으로도 1인당 국토면적이 한국보다 열 세배 정도 넓다. 게다가 한국은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인들은 한국에 비해 30배 이상 여유있는 공간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아직 만원이 아니다.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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