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선은 종교인의 직업병

2019-10-05 (토) 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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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공화당 마크 폴리 의원 스캔들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다. 중년을 훨씬 넘긴 그가 열다섯 살 남자 아이에게 음란한 메일을 보냈다는 내용에 혀를 끌끌 찼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자기가 어릴 적에 성직자에게 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성직자란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묘한 데로 튄다는 생각을 했다. 미성년자에게 음탕한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의원직을 상실한 그의 변명은 어릴 때 성직자에게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이라니 말이다.
나는 그가 천주교 신자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런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그 성직자는 신부였고, 그 의원은 어릴 때 그 신부의 미사를 돕던 복사였단다.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은 은퇴하여 말타에 산다는 그 신부가 전화로 인터뷰를 하는 걸 들었다. 자신은 전혀 어떤 성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고, 마크 폴리는 과거에서 깨어나 자신을 극복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열 가지를 잘 해도 하나만 잘못하면 그 잘못된 하나만 드러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가 아주 훌륭한 신부였기를 바란다. 평생을 이미 사제로 살다가 은퇴한 그가 하루하루 헐떡거리며 사는 나보다는 더 나은 사제이었을 텐데. 그러니 내가 감히 누구를 판단하겠는가?

복음의 예수님 말씀에 긴 겉옷을 입고 나타나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회당에서나 잔칫집에서나 높은 자리에 앉기를 좋아한다고 하신 그 사람이 영락없는 신부의 모습이다. 성당에서 나의 모습이다. 수단을 입고 돌아다니는 나의 모습이고, 인사 받기에 정신없고 어딜 가나 상석에 앉아 거들먹거리는 내 꼴이다.


예수님은 또 과부들의 재산이나 등쳐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히 우리 성당에는 과부들이 거의 없다. 사실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이 너무도 많다.

얼마 전 뉴욕과 뉴저지에서 횡령으로 잡혀간 신부들이 몇이나 되고, 성추행으로는 이미 창피를 당할 만큼 다 당했다.

이게 아닌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생각하면서, 위의 예수님의 말씀이 바로 우리들에게, 아니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 아닐까 반성한다. 예수님 시대의 종교지도자들은 그들을 그토록 신랄하게 비난하는 예수님을 못 견뎌 끝내 잡아 죽였지만.

지금의 우리도 예수님의 그 질책이 마음에 걸리고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오늘의 우리가 그 당시의 종교 지도자들과 비교해 조금이라도 나을까? 나부터 반성해야겠다.

<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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