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국 사태와 문재인 대통령

2019-09-25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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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세가 안팎으로 편치 않다. 국내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한 조국 법무장관의 자택이 압수 수색 당하는 전례 없는 사건이 벌어졌고, 국외에서는 한미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한 좋지 않은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일어난 조국장관 사태는 매우 불행한 사건이다. 검찰에 의해서 그의 부인 정경심교수와 일가족, 아들, 딸에 대한 의혹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급기야 조 장관의 가택까지 검찰이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한국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 수색은 조 장관까지 겨누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어 만약 정말 조 장관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는 한국정치사의 큰 비극이다. 더구나 숱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끝내 그를 임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했다. 이 회담에서 주요의제가 된 북미 관계개선 카드는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 국내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희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 일국의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당한 대접은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는 소리가 들려 우려가 앞선다.


미국이 문 대통령에게 보인 환영 방식은 거의 결례에 가까운 수준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 부부가 미국에 도착후 비행기에서 내리자 이들을 맞은 환영객은 불과 뉴욕총영사관과 주미대사관 직원 일부가 고작이었다는 소리다. 미국측에선 레드 카펫은 아니라도 하다못해 방문자를 위한 영접객이라도 나왔어야 하는데 한명도 눈에 띠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국의 대통령이 관례로 타는 VIP용 리무진도 아닌 보통 경호용으로 이용되는 SUV에 올라 이동했다는 후문이다.

동맹국의 정상에 대한 이런 대우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동안 대체 한국정부가 미국 정계에 어떻게 비쳐졌길래 이런 대접을 받아야 했는지 의문스럽다. 입으로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부르짖으면서 그동안 한국이 보인 정책은 동맹국의 오해를 살만한 것은 없는지 되짚어 보게 될 일이다.

당시 언론 보도에서처럼 일본의 고노 아베 수상 경우는 미국 방문시 트럼프와 같이 골프도 치고 식사도 일본 정통 요리집에 가서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즐겁게 담소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다졌다. 그런데 어째서 한국의 정상은 이런 대접을 못 받은 것일까.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북한과 중국과는 우호적으로 지내면서도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툭하면 시위를 벌이고 하는 것이 혹 이들에게 불편하게 비쳐지지는 않은 건지...

그렇다고 또 그토록 한국 정부가 손짓하는 북한에게는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있을까. 문 대통령이 아무리 북한에 퍼주며 함께 하길 원해도 북한의 김정은은 오히려 문 대통령을 일컬어 ‘삶은 소대가리’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발언만 내뱉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철저히 둘로 갈라져 혼란만 일고 있다. 조국사태만 보더라도 한쪽에서는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반대 쪽에서는 조국을 파면시켜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다. 야당은 줄줄이 머리를 삭발하고 교수들과 변호사들은 시국성명을 발표하며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미일 동맹도 마찬가지. 이를 반대하고 북한과 중국과의 친화를 주장하고 있는 좌파들과 한미일 동맹강화를 외치는 우파들간의 의견대립이 갈수록 더 치열하다. 이래가지고는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자칫 한국은 미, 일, 북한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중국에는 이용만 당하면서 국가의 안전을 헤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남은 임기라도 확실히 하여 나라 안팎의 기강과 질서를 제대로 잡아야 한다. 안에서는 우선 나라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고 간 조국 법무장관을 속히 퇴진시키고 밖으로는 한미일 우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굳건히 수호하고 그동안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피 흘려 지켜온 대한민국을 튼튼히 지키는 길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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