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트레스

2019-09-24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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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가 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럴바에는 흐름에 마음을 맡겨두는 편이 옳을 수 있다. 이를 거스르는 것은 스스로를 아프게 만들뿐이다. 살다보면 사람과 일 때문에 주고받는 상처가 너무나 크다. 이를 잠시 피하려해도 자꾸 떠오르는 생각에 골치가 아프다. 사람들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도 긍정적보다 부정적 생각을 더 많이 떠올린다. 우리의 삶에서 스트레스가 생활의 전부라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이유다.

우리는 삶속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고 있다. 스트레스란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이나 신체적 긴장 상태다. 건강과 행복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동의한다. 심리상담 전문인, 종교인, 정신과 의사 등 각 분야를 막론하고 공통된 인식이다.

사람의 신체는 외적, 내적 자극을 받으면 생리적으로 긴장하게 돼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는 응급 상황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stress)는 우리말로 ‘팽팽히 죄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stringer’로부터 파생되어 사용되고 있다. 어떤 물체에 외부적인 힘을 가하면 ‘스트레인( strain)’ 이라는 변화가 생기는데, 그에 대해 평형을 유지하려고 내부 상호 간에 발생하는 힘이 스트레스의 원래 의미인 셈이다.


미국의 생리학자 월터 브래드퍼드 캐논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생존수단으로 투쟁, 도피반응과 항상성이라는 생리적 균형을 취하게 된다’는 이론을 발표하면서 스트레스 개념을 의학계에 소개했다. 물리학적인 개념의 스트레스라는 용어를 의학에 처음으로 적응시킨 사람은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생화학자 한스 휴고 브루노 셀리에 박사다. 그는 일반적응증후군 이론을 통해 어떠한 종류의 스트레스 요인이라도 그에 따른 신체반응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스트레스의 질병 모델로는 마틴 셀리그먼의 ‘학습된 무력감’이론이 유명하다. 이것은 헤어날 수 없는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논리다. 이후 스트레스는 우리가 가장 흔히 사용하는 일상어가 된 것이다.

스트레스는 오늘날 인간의 질병과 결합되어 쓰인다. 영향을 받지 않는 병이 없다고 할 만큼 만병의 근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트레스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가져온다. 일, 행동, 기분, 사람, 돈 등 모든 것에 대한 개인적 반응의 정도에 따라 차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라자루스는 ‘스트레스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느냐, 부정적으로 작용하느냐는 사람의 인지적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고 했다.

캐나다 한스 박사는 스트레스를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 등 두 종류로 구분했다. 좋은 스트레스는 당장에는 부담스럽더라도 적절히 대응하여 자신의 향후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는 긍정적 스트레스다. 반면 나쁜 스트레스는 자신의 처신이나 적응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불안이나 우울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부정적 스트레스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 스트레스가 해롭고 나쁜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인식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우리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단, 부정적 스트레스가 정신건강과 더불어 신체질환이나 면역기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이처럼 스트레스는 마냥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채찍인 셈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얽히고 설켜 사는 이민생활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스트레스는 받기 마련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마주칠 때면 더욱 견디기 버겁다. 참고 살자니 오래 쌓이는 스트레스는 생명의 위협마저 초래한다. 사람마다 어떻게 스트레스가 작용하느냐는 개인 인식 차이라 한다. 지혜롭고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 역시 개인적 문제일게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보다 효과적인 극복 방법을 찾아 한층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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