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하는 딸 민들레야!

2019-09-14 (토) 김영란/두리하나 USA 대표·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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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한 지 채 한 달이 되지도 않아 통증이 심할 텐데도 그 먼 길 중국에 간다고 선뜻 나서는 너를 보면서 그동안 하나님의 사랑이 민들레에게 얼마나 크고 깊었던 은총이었는지 나는 눈물이 나게 감격스러웠어.

사랑하는 딸 민들레야 !
함경북도에서 태어날 때부터 이웃에서 함께 자랐고 같이 울며불며 배고픔도 설움도 나누며 유일하게 속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두 친구가 죽음을 무릅쓰고 중국으로 건너와 어느 교우 댁에서 숨어 지낸다는 소식을 들을 때는 민들레 네가 수술을 받던 날이었지.

큰 수술을 받고 회복실로 옮기는 날 그 두 자매의 소식을 듣고 감출 수 없어서 알려준 것인데 이렇게 빨리 비행기 탈 줄은 정말 몰랐구나 ! 몇 달 더 몸을 추스린 후에 나와 함께 갈려고 했는데… 그 친구들이 죽음의 골짜기에서 어떻게 살아나왔는지 모르겠다며 한시가 바쁘다고 네 몸도 생각하지 않고 서둘렀지, 그동안 민들레가 뉴욕에 도착한지 2년도 채 되지도 않았는데 하루종일 네일샵에서 열심히 일하며 저축한 돈과 그동안 오버타임으로 모은 돈을 한푼도 남기지 않고 다 가지고 비행기에 오르는 민들레 너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하염없이 울었지.


친구들을 네 힘으로 하루빨리 중국에서 수속후 이곳으로 데리고 와 오손도손 신앙생활 하면서 살겠다고 아픈 몸을 이끌고 가는 너의 아름다운 모습은 주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다.

많은 탈북자들이 이곳 미국에 합법적으로 들어오게 되면 북한에서 혹은 중국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런 환경을 겪었기 때문에 자유로운 곳에 와서 마음껏 먹고, 입고, 신앙생활 하면서도 첫 번째도 자기자신이요, 두 번째, 세 번째도 자기 자신을 위하여 사는 것을 보아왔어. 민들레는 부모님도 잃고 여러 차례 어려움을 당했음에도 전재산을 털어 사랑하는 친구들을 구출하러 간다고 하니 나는 20여 년을 탈북자들의 어머니라고 불리고 있지만 너무도 부끄럽고 부족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구나.

민들레야! 나는 미국에서 몇 십 년 살면서 꽃을 만지다보니 축하꽃도 많이 있었지만 장례꽃도 많이 주문을 받았어.

남들보다 빨리 성공하여 큰 빌딩을 여러 개 소유한 사람이나 큰 사업을 하며 돈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사람이나, 모두 이 세상을 떠나기 마련인데, 나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가 많은 것을 소유했다고 자부심을 갖거나 지위가 높다고 교만하거나 또는 많이 배웠다고 우쭐댈 것은 못 된다고 생각해 .

그러기에 죽은 이의 수의에는 주머니조차도 달지 않은 이유는 살았을 때 애지중지 하던 어떤 것 하나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진리가 담겨있지!

민들레야! 우리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며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롭게 부끄러움없이 살아가자꾸나.

<김영란/두리하나 USA 대표·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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