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2019-09-11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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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사들의 부모는 자녀교육을 어떻게 시켰을까. 한 예로 자녀교육에서 성공한 미국의 케네디 가문을 한번 보자. 케네디 가문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상호역할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동기 부여를 자녀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결과 이 가문은 개척정신의 기수로 등장해 미국을 크게 발전시킨 존 F. 대통령을 비롯 상원의원, 외교관 등 다수의 유명 인물들을 배출, 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

케네디 가문의 자녀교육 철학은 아이들로 하여금 매사에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헌신적인 사랑과 배려,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날이 있기까지 가장 공이 큰 것으로 알려진 조지프 케네디가 했던 말은 이 가문의 부모들이 얼마나 자녀 교육에 적극적이었나를 가늠케 한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재산과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아이들로 보고 다른 어떤 사회적 활동보다 자녀교육에 더 역점을 두었다.”

케네디 가문의 자녀교육 철학은 한마디로 부모가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이미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했으며 출생 후부터는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늘 생각하며 올바른 언행에 특히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디서나 자신의 말과 행동을 책임질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케네디가의 어른들이 자녀에게 본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 것은 가정에서 이루어진 교육이 훗날 자녀의 생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것인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거의 최고의 위치라고 할 수 있는 조국 법무장관 집안의 자녀교육 행보를 보면 명문 케네디 집안과는 너무도 달라 실망감을 넘어 절망감마저 갖게 된다. 그가 이번 청문회에서 보여준 모호한 말과 태도는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허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의 딸 대학진학, 장학금과 표창장 취득 등을 위해 당시 제출된 서류나 스펙 기재 등의 문제가 자녀를 둔 일반 모든 국민에게 해당되는 사안이어서 더 큰 상처가 되고 있다. 청문회 당시 조 장관은 의혹에 관한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모두 자신은 잘 모른다, 아는 게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그것을 믿는 국민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는 사노맹 출신의 개혁의 기수로 많은 젊은 세대가 닮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거론된 딸 대학 및 대학원 진학에 앞서 제출된 일련의 과정들은 대부분 의혹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을 증명하듯 그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의 스펙기재를 위한 서류 위조 혐의로 검찰에 기소까지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그 집안의 자녀교육이 얼마나 바르지 못했는가를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는다.

그는 세간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무장관직에 임명됐다. 그가 과연 대한민국 최고의 법 수장으로서 나라의 법질서와 검찰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누가 됐든 일반사람들도 감히 할 수 없는 자녀의 인턴경력 등을 거짓으로 기록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딸을 위해 작성한 여러 기록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위인지 이제 검찰에 의해 자세히 밝혀질 것이다.

실력도 모자란 딸의 허황된 장래를 위해 만약 권력을 이용해 부정으로 온갖 특혜를 다 받았다면 대한민국의 장래도 걸린 문제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가정도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인물이 나라의 법질서를 개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자면 가정부터 올바로 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기회 교육제도를 개혁하겠다고 했다. 교육제도가 아니라 어떤 제도 하에서도 권력을 이용, 특혜를 받으려고 온갖 편법과 불법, 탈법을 동원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문제다. 이를 제대로 다스려야 옳은 법치국가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의 진실을 향한 목소리가 얼마나 큰 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는 없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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