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사의 눈물

2019-09-04 (수) 한재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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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국이 되면 애국자가 사방에서 일어난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 상황인가보다. 여기저기에서 사람 모인 곳에 귀를 기울이면 한목소리로 애국을 말한다. 나는 목사이기에 자연 목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심지어 거기서 본 헤퍼 목사님의 이야기까지 들먹인다. 기가 차다.

본 헤퍼 목사님은 2차 대전 때 독일의 무서운 학정아래 생명을 내 놓고 히틀러를 목사가 죽이려고까지 마음을 먹고 대들었던 신앙과 애국이 깊이 젖어있는 목사님이셨다. 그런 목사님과 오늘 우리를 대비해서 애국이니 우리도 본 헤퍼 목사님처럼 국가의 잘못을 타도해야 한다고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목사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숨이 멈추는 듯싶다. 동시대에 살아가셨고 애국을 위해 생명을 바쳤던 손 양원목사님이나 주 기철목사님이 그분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라를 위해서 이 한 생명 드려야지 했다면 고개가 끄덕여졌을 거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애국이란 미명아래 외치는 좌우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릴까? 속았던지 아니면 몰랐던지 우리 손으로 좋다고 대통령을 뽑았는데 어찌 해야 할지 믿음의 사람들은 눈물의 기도가 앞서야 할 것이다. 그런 신앙자세 없이 본 헤퍼 목사님까지 들먹이며 목청을 높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닌지... 그리고 그 목사님에 대한 모독이다.


내가 1975년 뉴저지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에 미국교회에서 각국 학생들을 초빙해서 식사대접을 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김치를 나름대로 만들어 왔다. 그러면서 자국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라는 것이었다. 그때 우리는 유신치하에서 많은 학생들이 죽기도 하고 감옥에 갇혀있었다. 박정희가 나쁜 놈 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한국이 처한 남북의 관계를 설명하며 이런 때에 여러분은 나라에 어떤 마음을 가지겠는 가라며 답을 저들에게 돌렸다. 본 헤퍼 목사님의 애국의 눈물을 아는가? 진정한 애국은 마음을 찢으며 기도로 보인다.

유대인 600만 명이 학살 당했다. 전 유럽이 전쟁으로 피비린내가 났다. 그런데 독일교회는 히틀러를 옹호했다. 그래서 젊은 목사는 생명을 내걸고 일어섰다. 그런 믿음의 신학자에게 우리를 견주며 그를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믿음도 없고 애국의 뜻도 모르는 염치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것은 우리 앞선 선배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부짖으며 기도해서 오늘을 이룬 것인데 지금 우리의 현장은...

내가 한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4년 목회를 했다. 그때 한 권사님을 기도시켰는데 강대상에 올라가서 기도하면서 이런 기도를 했다. 모든 성도들이 나 같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속으로 교만하다했다. 그런데 그 권사님은 남편이 중국인인데 정말이지 모범된 신앙의 모습을 끝까지 가지고 살았다. 사도바울이 자신이 그리스도를 본 받은 것 같이 자신을 본받으라는 외침과 같이 말이다. 우리의 선배들과 본 헤퍼목사가 눈물로 기도하며 애국을 외쳤듯이 말이다.

내가 교협회장직을 맡아 섬길 때 (23년전) 북한은 너무 못살고 있었다. 지금도 못살고 있다. 그래 강냉이 가루를 보내기 위해 모금을 했다. 10만 달러 이상이 모금되어 다음회장인 한세원목사가 중국에 가서 옥수수가루를 기차 한 량에 싫고 가져다주며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러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애국은 모두를 품에 안고 함께 우는 것이다. 정말 복음을 위해 울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우리 선배 기독교인들이 산에서 교회당에서 밤을 지새며 눈물로 기도했듯이... 이런 애국의 눈물을 보고 싶다.

<한재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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