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직 대통령 세사람

2019-09-03 (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크게 작게
1997년 10월 미국의 전직 대통령 세 사람이 각각 길을 떠났다. 레이건 대통령은 일본에 갔다. 그는 일본 텔레비전과 대담하는 조건으로 200만 달러를 받았다.선물이란 명목으로 받은 것이지만 텔레비전 출연료로는 너무나 큰 돈이다. 레이건의 10월은 욕심의 10월이었다.

같은 무렵 카터 전직 대통령은 뉴욕에 와 있었다. 폐허가 된 주택을 재건하는 공사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는 빈민주택 건설사업을 시찰하기 위하여 온 것이 아니다. 직접 망치질을 하고 벽돌을 날랐다. 그는 대통령직을 마친 후 ‘인류애의 고향’(Habitats for Humanity)이란 단체에서 계속 노동에 종사하였다.

똑같은 10월에 닉슨 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였다. 70대의 노인을 중국은 괄세할 수 없었다. 미중 국교 정상화를 이룩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중국의 고위층이 모이는 기회를 마련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그들은 닉슨의 훈계를 듣고 몹시 당황하였다. 닉슨은 천안문 사태와 민주화 탄압을 노골적으로 책망하였던 것이다.


레이건은 재직 중 인기가 높았고, 카터는 가장 인기가 낮았으며, 닉슨은 탄핵을 받고 내려앉았다. 그러나 개인이나 역사나 두고 보아야 그 진실된 평가를 할 수 있다. 레이건의 유창한 웅변을 좋아했던 미국인들이 한참 뒤에야 연설과 진실에 차이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었던 미국을 8년 사이에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었다.

한편 ‘거듭난 예수 쟁이’라고 비웃음을 사던 카터가 요즘에 와서야 재평가가 되기 시작한다. 그의 평화운동 인권운동 등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정의나 평화가 정치인의 말장난이 아니라 실천하는 자에게는 여전히 고귀한 것임을 몸서 보여준 사람이다. 대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망치를 들고 공사장에서 일하는 것은 광고를 위한 쇼가 아니다. 그의 거짓없는 사랑의 실천은 큰 도전이 되고 그 영향력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나의 서툰 시이지만 감상해 보시라. “할 일이 생각나거든 지금 하십시오/ 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낄지도 모릅니다/ 어제는 이미 당신의 것이 아니니/ 지금 하십시오/ 친절한 말 한 마디가 생각나거든/ 지금 말하십시오/ 내일은 당신의 것이 안 될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곁에 있지 않습니다/ 전할 말이 있다면 지금 곧 전하십시오/ 미소를 짓고 싶거든 지금 웃어주셔요/ 당신의 친구가 떠나기 전에/ 장미는 피고 가슴이 설렐 때/ 지금 당신의 미소를 보내주셔요/ 불러야할 노래가 있다면/ 지금 부르십시오/ 당신의 해가 저물면 노래 부르기엔/ 너무나 늦습니다/ 당신의 노래를 지금 들려주셔요.”
채 연주되지 않은 음악을 지닌 채 죽어가는 인생이 너무나 많다. 피어보지 못하고 시드는 꽃봉오리가 얼마나 애처로운가!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죽는 아이는 얼마나 불쌍한가! 그러나 그런 경우가 너무나 많다.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여 보지도 못하고 인생을 마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것은 여건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다. 할 수 없다고 포기했든지, 할 수 있을까하고 방황했든지 둘 중 하나이다. 훌륭한 실력을 가졌었으나 연주해 보지 못한 음악가와 같다.

인생이 허무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허무를 만드는 것이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