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2019-08-29 (목) 07:36:20 권경모 건축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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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법무부장관 지명자를 놓고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임명 반대쪽에서는 그가 한 일들이 불법이라 하고 당사자는 불법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높은 학문과 잘생긴 이목구비에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다 갖춘 그가 정계에 혜성 같이 나타났을 때 나는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좀 실망스럽다. 언론도 그가 의심스러운 방법으로 이익을 취했으리라는 쪽으로 보도하고 있다.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불법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옳지 않다. 지도자는 불법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서 불법의 혐의를 받지 말아야 한다. 기자들이 설명을 요구하자 그는 국회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면서 대답을 피했다. 떳떳해 보이지 않았다. 떳떳하다면 늘 시간이 모자라는 국회 청문회보다는 지금부터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자기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 자기에게 더 좋을 것이다.

정치가(statesman)라는 단어와 정치인(politician)이라는 단어는 흔히 동의어로 쓰이지만 정치가는 정치인보다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을 뜻하고 정치인은 그 동기와 품격이 어떠하든지 간에 그냥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가르킨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정치가로 분류될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일반 시민들의 수준이 더 높은 것 같다. 법은 법문만 아니라 법의 정신에 따라서 지켜야 한다.


예수님께서 오늘날 우리 정치인들과 일부 종교지도자들을 보신다면 무엇이라 말씀하실까. 현 정부의 장관 중에 16명이 국회청문회를 통과하지 않고 임명되었다니 진보개혁정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나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에 대북문제나 경제문제에는 기대를 걸지 않았다. 적폐청산만이라도 제대로 해주면 고맙겠다고 생각했고 주변에도 그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지난 2년여를 돌이켜 볼 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영삼 시절 정치자금도 받지 않고 청렴정치를 하겠다던 정부가 왜 실패하였는가. 이회창 감사원장이 남의 집을 청소하기 전에 내 집부터 청소하겠다면서 청와대를 접촉했을 때에 YS는 협조하지 않았다. 이회창씨는 1년 반만에 정부를 떠났고 그 뒤 나라 꼴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독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가. 과거에 법의 경계선을 드나든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왕 직무를 맡았으니 잘 해주기 바란다. 이번 청문회의 결과가 사회적 혼란사태로 발전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처리해주기 바란다.

<권경모 건축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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