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위 먹다!´

2019-07-23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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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게 만드는 폭염이 지난 주말 내내 이어졌다. 화씨 100도 안팎의 기온. 100도를 웃도는 체감온도. 절절 끓는 날씨의 살인적인 폭염. 거기다 어제는 중복. 삼복기간이라 몹시 심한 삼복더위마져 기승을 부린다. 뉴욕은 온갖 더위가 복합된 최악의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 주에는 비가 내려 더위가 한층 누구러 졌다. 하지만 이도 잠깐. 올 여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살인폭염이 자주 등장한다고 예고 되어 있다. 그야말로 올 여름은 혹서(酷暑)나 혹열(酷熱)이다. 혹서는 지독한 더위를 보이는 여름이란 뜻이다. 혹열 역시 심한 더위가 닥친 여름이란 의미다. 그야말로 우리는 앞으로 너무 무더워 견디기 힘든 여름인 혹염(酷炎) 속에서 살아야 하는 셈이다.

여름철 본격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더위를 알리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더위를 표현하는 단어가 무더위, 가마솥더위, 찜통더위 등 다양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더위를 표현하는 단어는 더 다양하고 의미하는 바도 다르다.


흔히 사용하는 무더위는 ‘물+더위’에서 온 말이다. 온도와 함께 습도가 아주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다. 더위로 흐른 땀이 높은 습도 때문에 쉽게 마르지 않아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짜증까지 불러 불쾌지수를 높이는 그런 더위다.

더위의 표현은 습도의 높고 낮음에 따라 분류되기도 한다. 무더위처럼 습도가 매우 높으면서 찌는 듯한 더위가 닥친다면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등이다. 습도는 높지 않지만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더위가 오면 ‘불볕더위’, ‘불더위’, ‘강더위’ 등이다.

‘찜통더위’는 몹시 습하면서도 온도도 매우 높아 마치 찜통 안에서 뜨꺼운 김을 쐬는 것같은 더위다. ‘가마솥더위’는 가마솥을 달굴때의 아주 뜨거운 기운처럼 몹시 심한 더위를 이르는 말이다. 이들 더위가 바람조차 없을 때 찾아오면 그야말로 살인적인 폭염에 시달리게 된다.

‘불볕더위’는 마치 불이 내리쬐는 것처럼 햇볕이 무척 뜨겁게 내리쬘 때의 더위을 말한다. ‘불 더위’는 ‘불볕더위’와 마찬가지 의미. ‘된 더위’와 ‘땡볕더위’도 같은 의미다.
‘강더위’는 오랫동안 비가오지 않고 볕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다. 한창 심한 더위는 ‘한더위’라 한다. 습도가 낮을 때 찾아오는 이들 더위는 바람마저 솔솔 분다면 그나마 어느정도 견딜 수 있는 더위다.

어찌됐든 앞으로 뉴욕일원의 한여름은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등 아주 견딜 수 없는 무더위가 변함없이 계속해서 찾아올 게 뻔하다.

매년 뉴욕일원을 펄펄 끓게 만드는 폭염이 이어질 때마다 대개 많은 사람들은 “더위 먹는다”고 한다. 국어사전을 보니 ‘더위’는 여름날의 더운 기운이라 정의하고 있다.

여름에 너무 더워서 생긴 병이란 뜻도 있다. 즉, 더위에는 ‘더위로 인해 생기는 몸의 이상 증세’라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또한 ‘더위먹다’는 ‘더위들다’와 같은 관용구로 “더위 때문에 소화 기능이 약화되거나 하는 병증이 생기다”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더위는 먹는 음식도 아닌데 왜 먹는다고 표현하는 걸까? 그 이유는 ‘먹다’라는 말에는 ‘음식을 먹다’라는 뜻 말고 “무엇을 하거나 어떻게 되다’라는 뜻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는 귀 먹다’, ‘겁먹다’, ‘욕먹다’, ‘잊어 먹다’라는 표현들이 그렇다. 결국 ‘더위먹다’는 입을 통해서 더위를 먹었다는 것이 아니라 “더위로 인해 병증을 갖게 됐다”는 의미인 셈이다.

흔히 더위 먹었을 때의 가장 흔한 증상은 ‘입맛이 없다, 두통이 있고 어지럽다, 잠을 못잔다, 피로가 안 풀린다. 갑자기 구토나 설사가 난다’ 등이다. 이럴 때는 시원한 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이온음료나 식염수를 섭취하고 시원할 물로 샤워를 하면 도움이 된다. 물이나 주스를 자주 많이 마시고, 생선과 야채를 골고루 먹고, 아침에 더운물로 샤워하고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 20-30분 정도의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등의 작은 지혜를 실천하는 것이 더위 먹는 것을 예방하는 ‘최고의 보약’이라고 한다.

너무 무더워 견디기 힘든 여름이다. 작은 지혜를 실천하여 더위 먹지말고 여름을 건강하게 이겨내자.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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