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쉬어가며 삽시다

2019-07-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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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턴 보험회사의 조사에 의하면 휴가를 충분히 갖는 사람들이 휴가를 안 갖는 사람들보다 육체와 정신 건강이 좋으며 의료비와 건강 관리비를 고려할 때 휴가비를 주더라도 휴가를 충분히 갖게 하는 것이 회사를 위하여 유익이 된다고 한다.

휴가를 안 갖는 사람들의 많이는 소위 ‘일 중독’이다. 일을 안 하면 좀이 쑤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주말이 되면 따분하고 월요일 아침에 기운이 나는 이상한 족속들이다. 그들은 일과 결혼했다. 일 중독자의 공통점은 정신적 불안이다. 그들은 언제나 쫓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늘 변명한다. 그들은 규칙생활을 주장하지만 주변 사람에게는 늘 엄격하다.

이런 사람들을 Today's Health 지는 이렇게 보고하고 있다. ‘그들은 가정불화가 잦다. 직장에서 실수를 많이 범한다. 약속을 자주 잊는다. 동료와의 마찰이 많다. 이혼율도 높다.’ 이렇게 생각할 때 쉬지 않는 것은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것이며,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살을 깎아먹는 것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담당 의사 키데라 박사(Dr. Kidera)는 4년에 걸쳐 회사원을 조사했는데 휴가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 사원들이 혈압 맥박이 비정상이고 신경질환이 많고 수면 부족 변비 소화불량 정신질환이 많았다고 한다. ‘신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사람은 쉬는 시간에 성장하게끔 만드셨다.’는 생각을 나는 가끔 한다. 정신적 성장이나 남길만한 업적 등은 바쁘게 뛰어다닐 때가 아니라 휴식과 독존의 시간에 이루어졌음을 알기 때문이다.

바흐의 웅장한 오르간 음악은 오선지에 바쁘게 곡을 기입하는 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가족들이 잠든 밤중에 그가 숲과 언덕을 산책하는 모습을 사람들은 자주 보았다. 사람들은 그를 고독한 사람으로 오해하였다. 고독과 독존(獰存)은 다르다. 바흐의 음악들은 별을 바라보며 밤과 사귀는 그 시간에 이미 작곡된 것이다.

예수는 십자가에 달리기 닷새 전에 새끼 나귀를 타고 옐루살렘에 들어갔다. 그것은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풍경이다. 평생 목수로 근육이 발달한 장정이 새끼 나귀에 올라 되뚝되뚝 걸어간다. 로마 점령군의 늠름한 행렬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예수 행렬이었다. 새끼 나귀를 탄 것은 예수의 의도적인 선택으로 그 메시지는 ‘평화’였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화목을 이룩하기 위한 복된 소식(복음)으로서의 자신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도 여유 있고 느긋하였다.

우리 한국인은 온갖 전쟁 속을 헤치며 살아왔다. 입시전쟁, 취직전쟁, 태평양전쟁, 한국동란, 생존경쟁과 교통지옥까지... 이리저리 부딪치며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너무 날카로워진 것이 아닐까? 나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빨리 달려가는데 어디로 그렇게 빨리 가야 하는가? 큰 것을 얻기 위하여, 많이 가지기 위하여, 재미있게 살기 위하여 그저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나의 인생은 하나 밖에 없고 한 번 뿐이니 내 삶의 참다운 가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가끔 쉬어야 한다. 쉬지 않고 운전을 강행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인생도 정거리 운전과 같다. 기끔 쉬어야 한다. 두뇌세탁, 기분전환, 몸 풀기, 맑은 정신 일으키기 등 권태를 이겨낼 방안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휴식은 꼭 필요한 삶의 한 스타일이다.

창조자가 7일에 하루, 안식일 곧 쉬는 날을 주셨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것은 종교인만이 긍정하는 것이 아니고 과학자들이 긍정한다. 무휴로 장사한다는 것이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 그는 자기 몸을 깎아먹는 어리석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자들이 수 천년동안 안식일을 지키고 있는 것은 단순히 예배를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대단히 적절한 행위이다. 화가도 문학가도 붓을 자주 놀리지 않는다. 붓을 놓고 명상에 잠기는 시간이 더욱 중요함을 알기 때문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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