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너무 덥다. 습도마저 높아 날씨가 장난 아니다. 하늘에 뭉게구름이 둥실 떠다닌다. 태양은 뜨거워도 푸른하늘 쾌청한 날씨가 잠깐 무더위를 잊게 해준다. 그도 잠시. 순간 어디선가 먹구름이 몰려온다. 하늘이 흐려진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섬광이 번쩍인다. 뒤이어 하늘을 끝장낼 것같은 굉음이 수차례 반복한다. 그러더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느덧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 억수같은 비가 쉴새 없이 퍼붓는다. 시원한 비를 만끽하려는 것도 순간. 금새 강렬한 태양이 다시 고개를 내민다. 요즘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7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하늘에서 굉음과 섬광이 잦아졌다. 뇌우도 자주 내린다. 섬광과 굉음의 정체는 번개와 천둥이다. 뇌우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다. 이 비는 적란운이나 거대한 적운에서 잘 발생한다. 적란운은 많은 이들이 소나기 구름으로 알고 있는 구름이다. 뇌우는 여름철인 요즘 자주 접할 수 있다. 이 비가 나타나면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거나 짧은 시간 이내에 급격한 기온변화를 보이고 있어, 습도가 높은 무더위를 잠깐이나마 씻어 버리기에 딱이다. 하지만 이 비는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지만 곧 그치기 일쑤다.
천둥과 번개는 모두 대기 중 발생하는 전기현상이다. ‘우르릉 우르릉’ 울리는 천둥은 0.5초 이하의 매우 짧은 시간동안 발생한다. 공기 중에 전기 방전에 의해 나타나는 소리다. 뇌전에 수반돼 일어나는 예리한 소리가 천둥이다. 천둥의 방전로 길이는 짧게는 수 킬로미터에서 길게는 수십 킬로미터에 달한다. 우리의 귀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차이 때문에 천둥소리는 실제 시간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들린다. 천둥은 토박이말로 우레다. 간혹 우뢰로 쓰는 이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번개는 구름과 구름이나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방전현상이다. 소나기 구름에서 일어나며 천둥을 동반한다. 여름철 소나기 구름 속에는 수많은 물방울이 있다. 얼음 알갱이들도 들어 있다. 뿐만 아니다. 양전기와 음전기도 포함돼 있다. 이 구름 속에 양전기와 음전기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꽃 현상이 바로 번개인 셈이다.
번개가 치면 그 순간 번개 주변의 공기는 섭씨 3만도 가까이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달궈진 공기는 급팽창한다. 이 팽창이 주변에 충격파로 전달되어 굉음(천둥)으로 울려퍼진다. 급격한 팽창에 의해 터지는 굉음이란 점에서 원리상으로는 ‘폭탄’이나 ‘뻥튀기’ 가 터질 때 들리는 파열음과 같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번개가 먼저 나타나고 뒤이어 천둥이 친다고 한다. 소리와 빛이 공기 중에서 통과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서 빛은 소리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나타나는 그 시간은 경우마다 다르다. 그 시간을 재면 현재 위치에서 번개가 친 곳까지의 거리를 알수 있다. 번개가 나타난 때부터 천둥소리가 들리기까지 걸린 시간에 340m 를 곱하면 된다. 소리가 공기 중에서 이동하는 거리가 초당 약 340 m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번개와 나 사이의 거리는 번개와 천둥 사이의 시간 차이가 짧으면 짧을수록 가까이 있다는 얘기다.
7월들어 여름이 시작되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낙비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 이로인해 골프, 축구, 등산 등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한인들의 낙뢰 사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골프장은 매우 위험하다. 골퍼들은 천둥번개가 치면 빨리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피할 시간이 없을 때는 나무 밑이 아닌 곳에서 자세를 낮추고 낙뢰가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천둥번개를 무시하고 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야외 축구를 즐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웅크리고 앉아야 한다. 손으로 땅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단체로 서 있는 것도 피해야 한다. 최소 서로간 거리는 1 m 이상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낙뢰가 칠 때는 우산을 쓰는 것도 위험하다. 소나기를 맞더라도 우산을 접어 눕혀 놓아야 한다. 등산용 지팡이, 우산, 골프채 등 뾰족하고 긴 물건은 몸에서 멀리 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은 무척 덥다고 한다.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한인들은 무더위에 정신 놓지 말고 천둥번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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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