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펌프업/ 헌터 칼리지 하이스쿨 11학년 정승연 양

2019-07-08 (월) 최희은 기자
크게 작게

▶ “시간 쪼개가며 노력, 더 나은 나 만들어요”

펌프업/  헌터 칼리지 하이스쿨 11학년 정승연 양
"효율적으로 쓴 만큼 댓가를 돌려주는 게 시간이죠"
정승연(18)양은 헌터 칼리지 하이스쿨 학생 중 유일하게 올 여름 뉴욕시립대(CUNY) 시티 칼리지의 스템 리서치 아카데미에 참가하고 있다. 임금 등 정식 연구원과 다름없는 대우와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이 특별한 프로그램을 위해 뉴욕시에서 선발된 총 7명의 고교생들은 생명과학 및 IT 분야의 교수들과 함께 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정양은 “해저에서 사용 가능한 IT 테크날러지를 연구한다”며 “평소 관심이 컸던 뇌과학 외에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돼 떨리지만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제주도 출신으로 2008년 도미한 정양은 이번 연구 참여로 더욱 길고 의미있는 여름을 보내게 됐다. 더 성숙한 어른, 더 나은 수술 의사로서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정양이 그간 십분 단위로 쪼개던 시간을 이제는 분단위로 쪼개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양은 두 개 기관에서의 자원봉사자, 두 개 교내 스포츠팀의 캡틴, 디저트 샵의 열혈 아르바이트생 등 1인 다역을 하며 매년 한해를 보내고 있다. 7학년 때부터 병원에 발을 들여 놓은 정양은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연구실을 거쳐 현재 메트로폴리탄 병원의 회복실(PACU)에서 매주 4-5회에 걸쳐 자원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의료진들을 도와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의 상태와 약 복용 여부 등을 체크하는 PACU에서 유일한 자원 봉사자다. 시험과 면접 등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통과해 뽑힌 만큼 단순한 자원 봉사자의 역할을 너머 의료진의 일부로서 활약하고 있는 것. 이외에도 민권 센터에서는 신규 법안 번역, 이민자와 세입자 권익 보호를 위한 랠리 참여, 포스터 제작 등의 봉사 활동도 매주 하고 있다. 정양은 “수술은 밤에도 끝나서 늦게 가도 되기 때문에 두가지 봉사 활동을 함께 할수 있다”며 “사회의 현안을 배우면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에 나도 당당히 참여할수 있고 다른 사람의 상황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뉴욕시와 뉴욕주 랭킹 1위에 오르며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쓴 헌터 칼리지 하이 스쿨의 골프 팀과 베드민턴 팀의 캡틴으로서 올 시즌에도 우승을 이어가기 위한 책임감도 무겁다. 새벽 연습으로 실력을 다지는 것 외에도 개인 연습 비용과 장비 교체 등 소소하게 드는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각오로 디저트 샵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어 잠은 2-3시간이 고작이다. 펜싱 시즌에는 펜싱 훈련까지 더해지는 등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또래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을수 있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양은 10분의 단잠이 얼마나 달콤한지 모른다는 말로 시간의 가치를 설명했다. 정양은 “오분동안 걷기, 십분동안 다섯 문제 풀기 등 시간을 쪼개 쓰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을 할수 있다”며 “우리에게 언제나 시간은 충분치 않지만, 최대한 쪼개서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면 그만큼의 댓가를 되돌려 준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양은 자신의 롤 모델로 가사와 생업을 함께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엄마와 자신에게 연구자로서의 길을 보여주고 있는 거시다 존스 NYU 교수를 꼽았다. 정양은 “천문학 기사를 읽고 질문한 초등학교 4학년의 이메일에 정성스러운 답변과 함께 교내 커리어 데이에 와달라는 부탁까지 기꺼이 들어준 교수님과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엄마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며 “이들같은 어른이 되기 위해 짧은 시간도 헛되게 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희은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