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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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

2019-07-08 (월) 윤석빈 /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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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정신병 진단목록부(DSM-5)에 보면 성격질환이라는 병목이 나와있고 그 병목안에는 나르시스트라는 성격질환의 병명이 나와 있다.

정신병 환자라고 하면 그러한 사람은 주로 정신병원에만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걸어다니며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 중에 정신병자가 더 많다. 그중에서 나르시시스트와 같은 정신질환자는 우리의 생활을 몹시 불편하게 할뿐만 아니라 우리를 심히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이므로 과연 어떤 사람이 나르시시스트인지를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우선 이 사람의 행동체계를 보면 이 사람은 모든사람이 일상적으로 지키는 관습적인 규례들을 우습게 여기며 그러한 규례가 자신에게는 적용이 안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성격의 원만성이라든지 성숙도와 같은 면에는 아랑곳하지않고 주위사람의 권리에 대하여는 조금도 조심하지 않으며 행동하는 사람이다.

대인관계에서는 이 사람은 의당 남에게서 대접을 받아야 할 것으로 간주하여 남의 혜택을 받는 일을 으례히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그 보답의 필요성 같은 것을 전연 느끼지 않는다


그의 사고방식은 과대망상적이어서 그의 머리속에는 자신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촛점이라든지 성공의 영광을 독차지하는 환상으로 차있다. 냉담한 현실과 객관적인 사실들을 자기 환상에 뜯어맞추기 위하여 그러한 사실을 왜곡하는 일을 서슴치않는다. 어쩌다가 자기의 에고이스틱한 체면이 깎였다고 느껴지면 그는 무서운 분노심을 터뜨리거나 아니면 심한 절망감과 우울증에 사로잡혀 어쩔줄 몰라 한다.

이 사람은 또 남을 생각지 않는 순전히 자기중심적인 그의 행동을 자동적으로 정당화하는 자기기만의 의식구조를 가지고있다. 분명한 결점과 실패의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행동과 입장을 항상 가장 좋은 관점에서 관망하는 의식체계를 갖고 있다. 자기의 업적과 공로를 자랑하기를 좋아하고 늘 고자세로 자기를 노출하기를 좋아한다. 남들이 에고매니액으로 여기는 줄 모르고 자신은 매우 우월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그의 적응의 심리구조는 실제에 있어서는 그리 튼튼하지 않으나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고 역동적인것 처럼 보인다. 욕구충족의 충동을 별로 억제하지않는 한편, 과거의 실패를 과소평가하는 성질을 갖고있기 때문에 심리적 콤풀렉스가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상과 같은 성격국면을 갖춘 사람을 틀림없는 나르시시스트라고 진단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모든 사람은 나르시시스트의 성질을 어느 정도는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나르시시즘은 비단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에게도 적용된다. 컨트리클럽 명문교 동창회 소위 특수층들의 모임, 그리고 모든 작고 큰 이권 집단들은 집단 나르시시스트의 예들이다. 넓게는 편협한 국수주의와 배타적 근본주의도 이 부류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인간의 자기사랑을 종교에서는 욕심이라고 불러왔다. 그런 점에서 나르시시스트는 현대심리학이 만들어낸 새 정신병이 아니라 매우 고전적인 정신병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빈 /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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