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대통령의 ‘쇼’를 보면서

2019-07-06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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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지 243년이 되는 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생각 속에서 잊혀졌던 군사 퍼레이드를 하였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2차대전후 냉전이 첨예했던 1949년 트루먼 대통령과 1961년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 때, 그리고 1991년 6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걸프전 승리 때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야말로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쇼’에 정말 관심이 많다. 아니 본인이 더 즐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대중이 좋아할 만한 ‘쇼’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하는지를 너무 잘 안다. 아무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은 그냥 된 것이 아니고 나름 자신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인 바로 ‘쇼’ 에 대한 뛰어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주류 정치권과 앞선 대통령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북한과의 대화도 트럼프는 충분한 ‘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했을 수 있다. 기존의 미국 대통령들은 악마화된 북한과의 대화, 특히 북한의 최고 지도자와의 대화를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기독교 문화 속에 있는 미국의 정서로는 악마는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재거의 대상이다.

그러나 기존의 정치와 외교를 불신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자신이 생각하고 믿는 방식으로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데 북한이라는 대상이 자신의 실적 쌓기에 가장 매력적인 나라로 인식이 되었다. 특히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은 27살에 아버지로 부터 나라를 물려 받았고 모두다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30살 초반에 완벽하게 북한을 장악하고 통치하는 것이 신기했고, 한번 만나보니 그야말로 대통령이 되기전 자신이 트럼프 왕국에서 누렸던 그런 제왕적 통치자였던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모든 관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나라의 정책마저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되돌아 보면 뭘 할 수 있는것이 없다. 민주당은 자신이 하는 모든 것을 반대할 뿐만 아니라 매일 자신을 탄핵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언론은 자기가 트위터만 날리면 꼬투리를 잡지, 자기의 말을 듣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백악관과 국무부 관료들은 늘 자신의 말을 가로막고 뭐가 잘못이다, 뭐가 문제라고 하니 김정은이 때로는 부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김정은과 합의만 하면 이 ‘쇼’는 성공 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도 김정은과 합의한 것을 지지해 줄 든든한 공화당 상원이 있다는 것에 더욱 힘을 얻고 있다.

6월 28일부터 29일까지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참가하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물릴 수 없는 무역 전쟁도 대충 휴전으로 마무리하고 모든 생각은 판문점에서 일어날 세기의 회담에 가 있었다. 더구나 자신이 김정은과 회담으로 잡고 있는 날짜가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들의 디베이트가 있는 날이었고 전세계 언론을 통해서 그것을 무력화 시키고 자신의 날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그리고 6월 30일 판문점 회담은 너무나 성공적이었다. 전세계 뉴스의 탑을 장식 했고 하노이 회담의 트라우마를 씻고 미국과 북은 새로운 대화를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이 회담의 성공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틈바구니에서 새우등이 터질 뻔했던 한국에게 숨통을 틔워 주었다.

판문점 회담에 온통 정신을 두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 회담이 성사되게 중간 역할을 해준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정부에 고마워했다. 신이 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선택을 강요하지 않고 한미동맹은 완벽하다고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쇼‘가 어쩌면 한반도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할 수도 있다는데 기대가 점점 커진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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