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하지 말라/바람이 있기에 꽃이 피고/꽃이 져야 열매가 있거늘/떨어진 꽃잎 주워들고 울지 말라..(중간생략)/불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고/늙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고/가지 않으면 세월이 아니지/세상엔 그 어떤 것도 무한하지 않아…(중년의 가슴에 7월이 오면-이채)
가지 않으면 세월이 아니다. 너무 빨라 그렇지. 어느새 7월이다. 새해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반으로 뚝 접었으니 말이다.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이 때. 또 한 해의 절반이 남았다. 새로운 전환점 바로 7월이다.
6월에 붉은 열정으로 피던 장미는 떠났다. 이젠 수국이 한창이다. 짙은 초록색 신록이 절정이다. 소나기와 비도 잦은 달이다. 비가 자주 내리니 생명체들이 왕성하게 자란다. 텃밭을 점령한 잡풀들은 사람의 손길을 재촉한다.
자연이 신비로운 건 이음에 있다고 한다. 겨울부터 시작된 꽃들이 달마다 새롭게 얼굴을 내민다. 온갖 식물도 피고지고 또 지고 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새롭게 피어 나며 생명체들이 이어간다. 그들이 있기에 그나마 팍팍한 우리네 삶에 위안이 되고 있는 듯 하다.
7월은 지구가 태양에 가장 근접하여 태양이 가장 많이 내리쬐는 달이다. 뜨거운 햇볕아래 더위는 기승을 부린다. 알몸을 드러내고 시원한 바닷물로 더위를 식히는 때도 한여름의 계절인 7월이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소서가 7일이다. ‘염소뿔도 녹는다’는 속담이 나올정도로 더위가 가장 심할 때인 대서의 절기도 23일이다. 삼복더위 중 초복과 중복 역시 12일과 22일이다. 7월은 그야말로 불볕더위와 찜통더위를 겪어야 하는 달인 셈이다.
생명체들이 활발하게 약동하는 7월. 모든 것이 힘차게 살아 움직이는 달. 짙푸른 녹음은 온대지를 덮는다. 강렬한 태양빛은 대지 위에서 바람, 구름. 비, 천둥번개 등과 대자연의 향연을 즐긴다.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7월의 대지는 성장의 힘으로 희망을 잉태시키는 때이다. 태양이 뜨겁기 때문에 곡식이 무르익고 과일들이 성숙한다는 말이다.
혹자는 말한다. 하늘에 태양이 있는 한 행복이 있다고. 땅위에 아름다운 꽃이 있는 한 삶의 의미도 있다고. 아울러 우리 모두가 서로서로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한 우리의 인생은 세상을 살아가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7월의 태양과 아름다운 자연과 사랑이 있으면 삶에 즐거움이 생기고 보람이 꽃 피어 행복의 열매를 맺게될 것이란 의미다. 다시말하면 7월은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는 위대한 향연인 것이다.
7월은 이처럼 화려한 봄이 지나간 산과 뜰에 짙은 신록이 가능하다. 꽃이 머물던 자리에는 새로운 생명의 씨앗이 영글어 간다. 그야말로 성숙의 계절이다.
성숙의 계절 7월은 내일의 풍성한 결실을 위한 시련극복의 계절이기도 하다.
뙤약볕, 천둥번개, 강풍을 동반한 폭우 등 수많은 역경을 견뎌야 한다. 그런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거친 후에야 아름다운 열매를 주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온갖 곡식과 과일들은 7월에 자연이 시험하는 엄청난 시련과 고통, 역경을 견뎌내는 인내를 통해 연단을 쌓아야만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셈이다.
대자연의 ‘험한 시련’을 겪으며 자라지 못하면 생명체들이 알찬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은 사람 역시 매한가지다. 살면서 이런저런 시련을 겪으며 자라지 못한 사람은 깊이가 없다. 모진역경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삶을 헤쳐가지 못하고 단지 끌려갈 뿐이다. 작은 시련조차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하기 일쑤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시련과 고난의 경험을 통해 영혼이 강해지지 않고 쉽고 편안한 자리에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헬렌켈러 여사의 말씀을 명심해야 할 이유다.
이제 우리는 태양의 계절 7월에 들어섰다. 우리의 의식과 상관없이 시간은 간다. 어느 덧 한 해의 허리가 절반 접혔다. 하지만 아직 절반은 남았다.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7월은 풍성한 결실을 위한 시련극복의 계절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위기를 참고 견디며 극복하다보면 반드시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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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