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닐봉지야 물러가라

2019-06-29 (토)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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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환경을 오염시킨다 하여 이미 자취를 감춘 수퍼마켓의 무료 비닐봉지가 미국에서는 아직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인들은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다시 쓰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그로서리를 담아 줄 때 거의 예외 없이 비닐봉지를 사용하며 그것도 두 겹으로 싸서 주는 경우가 많다.

비닐봉지나 플라스틱은 태우면 유독성 개스가 나오고 땅에 묻어도 썩지 않기 때문에 토양의 분해작용을 막아 환경을 오염시키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비닐봉지에 넣어 배달 된 신문을 받아본다. 패스트 푸드나 중국집 테이크 아웃으로 먹는 점심은 스티로폼 그릇에 담겨 나오며 나이프, 스푼, 포크 등 커틀러리도 플라스틱이다. 세탁소에서 찾아온 옷은 비닐로 포장되어 있다. 저녁모임에 나가면 비닐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에서 스티로폼 접시에 음식을 담아 플라스틱 포크로 먹고 포도주는 플라스틱 잔으로 마신다.


3억 미국인들이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1인당 하루 열 개씩만 소비한다고 쳐도 연간 1조(兆)개가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된다. 이와같은 일회용품 쓰레기들이 소각되거나 매립되어 대기 중이나 땅 속에 들어갈 경우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킬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땅 위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땅 속에서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지구는 겉과 속이 모두 중병에 걸려 있는 것이다.

내주부터 뉴욕시내 식당과 수퍼마켓 등에서 1회용 스티로폼 용기를 사용하거나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한다. 뉴욕시는 올해 1월1일부터 발효된 1회용 스티로폼용기 사용 금지조례에 대한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오는 7월1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을 시작한다.

단속대상 품목은 식당이나 델리, 카페, 푸드카트, 편의점, 수퍼마켓 등에서 사용 또는 판매되는 컵고 접시, 컨테이너, 식판 등 모든 재활용이 안되는 1회용 스티로롬 용기다.
한편, 뉴욕 주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백 사용을 금지하는 상원 법안 1508호를 통과시켰다. 2020년 3월부터 발효되는 이 법안은 수퍼마켓이나 소매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백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흥청망청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사용금지는 환경보호를 위하여 꼭 필요하고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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