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처(喪妻)후 재혼

2019-06-28 (금)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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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인, 젊었을 때 가난하게 살았다. 일하느라 고생만 했었다. 일이년 전에 남편이 죽었다. 이제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서 호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난한 과부들의 꿈이다. 그렇다면 홀아비들의 꿈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서로 친하게 지냈다고 해서 결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생판 모르는 사람하고 눈이 맞아 결혼하게 된다. 남자 여자,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서로 연결이 안 되어서 결혼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도 인연이 있어야 한다. 결혼이란 하도 이상해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결혼해버린 사람이 있다. 알 수 없는 게 많지만, 결혼 또한 알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이다. 결혼해서 오순도순 잘 사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결혼 첫날부터 죽어라고 싸움만 하는 부부도 있다.


A가 이년 전에 상처를 했다. 애도는 끝났다. 이 분의 나이는 후반 70이다. 이삼년 지나면 80이 넘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앞으로 10년은 끄떡없이 더 오래 살 것 같다. 그렇다면 혼자서 외로워서 어떻게 사느냐? 더군다나 아들이 2명이나 있지만, 이것들은 전화도 안 걸어준다. 이런 자식들을 믿고 말년을 어떻게 지낼 수가 있단 말인가? 만약 아파서, 갑자기 방바닥에 쓰러진다면 어느 누가 자기를 병원으로 데려다가 치료를 받게끔 해주겠는가? 생각하면 할수록 괴롭다. 그래서 재혼을 하겠다고 했다.

A는 사회적인 지위도 있고 돈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A가 원하는 여인은 첫째 건강이다. 둘째는 A의 나이에 비해 젊어야 한다. 여자의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좋다고 했다. 셋째는 신뢰이다. 새로 들어온 여자가, 사랑한척 결혼한 후, A가 갖고 있는 모든 돈을 다 훔쳐서 도망 가버린다면 이것 정말 큰 재앙일 수밖에 없다.

홀아비 입장에서는, 자기를 돌보아주고 자기하고 오순도순하게 정을 주고받으면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반려자가 필요한 것이다. 여자의 학벌은 가히 중요치 않다. 학벌이 좋아도, 자기를 돌보아주지 않는다면 그런 여자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혼을 잘못하면 아주 골치를 썩인다. 골치 앓고 싶지 않거든 결혼하기 전에 서로 교제를 해본다. 같이 교제하다 보면, 다툼이 가끔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싸움을 어떻게 마무리 짓는가를 관찰해본다. 마무리를 잘 지으면 같이 살만한 사람이다. 결혼이란 큰 사업 중에 하나다. 적어도 6개월 정도 사귀어 본 후, 결혼하도록 권한다. 행운을 빈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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