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이 곧 미래다

2019-06-27 (목)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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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사회는 요즘 ‘위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10년째등록금이 동결되고, 더 이상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데다, 한국은 출생수 급감에서 시작된 학령인구 감소가 현실로 도래하고 있다. 2020년 부터는 대학입학정원보다 신입생 숫자가 적은 소위말해 ‘인구절벽’시대가 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대학이 주도하기(First Mover) 보다는 변화를 따라가는(Fast Follower)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역시 대학이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다. AI와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회 곳곳이 혁신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도, 대학에서는 여전히 예전의 낡은 교육방식과 커리큘럼으로는 이 변화의 시대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다.

대학(University)은 여러 학문이 모여서 융합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인문학과 사회학, 자연과학과 공학, 의학까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전 분야가 하나의 울타리 안에 모여 있기 때문에, 서로의학문간 경계를 허물면 폭팔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MIT 융합연구의 대명사인 미디어랩이나, 스탠포드 대학의 D-School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글로벌 문제는 매우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빈곤, 일자리, 교육 등 작은 것부터 환경, 공해, 가뭄 등 전 지구적 문제에 이르기 까지, 인류가 해결해야할 과제는 개별적 학문의 지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여러 학문이 한데 모여 문제를 찾고 해결과정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학문영역이 생기고 학문적 융합(Convergence)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대학은 인재(人材)를 기르는 곳이다. 인재는 곧 교육을 통해서 길러지고 현재까지는 고등교육의 가장 공인된 기관은 대학이다. 더 이상 예전처럼 대학의 ‘졸업장’이 강력한 무기인 시대가 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에 ‘의미있는 경험’을 하고 사회적인 네트워킹을 구축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서 배우려는 욕구가 있다. 더 이상 대학이 일방적인 교육방식으로는 미래인재를 교육하기 힘들단 소리다.

성균관대학교는 한국에서 대학교육의 혁신적 모델이 되었던 대학이다. 이제까지 혁신이 과거 방식으로 부터의 혁신이었다면, 앞으로의 혁신은 ‘학생’이 중심이 되어 ‘미래’를 내다보는 혁신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의 수업부터 티칭에서 학습(Less teaching, more learning) 중심으로 변화를 시켜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학문간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 연구과 교육이 병행되도록 해야한다. 디지털 혁명(digital transforma tion)에서는 외국어 역량 뿐 아니라, 인공지능과의 소통능력(데이터 애널리틱스, SW코딩)이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다양한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울 수 있는 곳은 현재까지는 대학이 유일하다. 따라서 대학은 새로운 인재들이 살아갈 시대에 맞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위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연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가적 대학이 되어야 한다. 기업가적 대학은 대학이 사회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글로벌 사회, 정부, 지역사회와 협업하면서 동반성장하는 것을 의미 한다. 우리 학생들은 기업가적 대학에서 도전정신과 창의력, 실패를 통한 학습을 경험 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인류의 미래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인재가 필요하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 대학은 존재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대학이 대학의 이름과 명성을 지향하였다면, 이제 성균관대학교는 ‘학생성공’과 ‘미래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미래대학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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