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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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2019-06-25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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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남북정상이 만나 통일한국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북미정상이 서로 밀고당기며 세계평화를 얘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 한국사의 비극인 ‘6.25 전쟁’은 찬물을 끼얹는 주제일 수 있다. 이 전쟁이 김일성 남침전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를 올 바르게 이해하려면 전쟁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청소년들은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 청소년 절반이상이 6.25 전쟁의 발발연도와 남침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한에 굴종하는 세력들이 북한당국이 날조한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6.25 한국전쟁은 한국과 미국이 야합해 도발한 북침전쟁일 뿐이다. 심지어 일부 역사교과서에는 6.25 전쟁의 책임이 남북 모두에 있다는 좌파 수정주의 사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한다. 나라꼴이 어찌 되려는지 참으로 한심하고 우려스럽다.

흔히 타국에서 살다보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낯선 땅에서 살다보니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게다. 애국자는 아닐지라도 청소년들에게 6.25 한국전쟁이 주는 교훈을 올바로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오늘 이 전쟁의 실체를 정확하게 짚어보고자 하는 이유다.


한국전쟁은 북한이 1950년 6월25일 새벽 5시 38도선 전역에서 기습 남침함으로써 시작됐다. 3년1개월에 걸친 이 전쟁은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다. 사망, 학살, 부상, 납치, 행방불명 등 남한(99만 여명)과 북한(150만명)을 합쳐 약 250만 명이 인명피해를 입었다. 북한군은 점령기간에 군인, 경찰과 그들 가족, 지식인, 종교인 등 양민 13만명을 학살했다. 남한 청소년을 의용군으로 징집하여 동족상잔의 만행을 저질렀다.

소련의 지원에 의한 북한군의 기습남침과 중국군의 참전으로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려 공산화의 직전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기생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군과 유엔군 등의 신속한 참전과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6.25 전쟁은 아픈 역사다. 자유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국국민과 군인들의 희생이 컸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참전한 세계 각국 군인의 희생도 컸다. 이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도와준 나라는 무려 67개 국이다.

당시 전 세계 독립국가는 93여 개국. 그 중 72%가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 1950년 유엔 회원국은 60개국. 공산국가를 뺀 52개국이 한국을 지원했다. 회원국이 아닌 17개국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나라 대한민국 전쟁을 도왔다. 당시 미군 등 4만여 명의 아군 용사들이 전사했고, 부상 실종자까지 무려 16만 명이 인명피해를 입었다. 한국전쟁은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단일 연합군으로 참전한 세계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6.25 전쟁은 단순히 남북간 벌어진 민족전쟁은 아니다. 세계 공산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쟁을 시작한 공산주의 국가에 대항해 유엔이 자유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벌였던 국제전쟁이었던 셈이다.

오늘은 6월25일.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지 69주년이 되는 날이다. 뉴욕일원 한인사회에서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다. 아픈 역사지만 기념행사를 통해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것은 마땅하다. 그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도 당연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전쟁의 아픔을 가슴에 묻은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슬픈 역사도 점차 잊혀지는 듯 하다. 하지만 우리 이웃에는 아직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참전했던 한국 국군과 미군들이 적지 않게 살고 있다. 우리는 한국전쟁이 잊혀지지 않도록 그들에게 6.25 기념일뿐만 아니라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고 전해야 한다.
오늘은 문득 어린시절 즐겨 부르던 ‘6.25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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