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지역 초급근로자 ‘기근’

2019-05-29 (수) 윤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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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지역 초급근로자 ‘기근’

호텔, 식당은 물론 간병인, 공항 검색요원도 태부족

시애틀 지역에 간병인, 호텔 종업원, 식당 웨이트리스, 소매상 직원 등 초급임금의 단순노동자들이 턱 없이 모자라 해당 업종들이 인력확보를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정부 고용안전국(ESD)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킹-스노호미시-피어스 카운티에만 현재 이들 일자리가 2만4,000여개나 비어 있다. 이에 더해 시택공항의 연방 수송안전국(TSA) 검색원들 이직률도 90%나 돼 여행객들의 탑승수속이 지연될 위기를 맞고 있다.

ESD 분석에 따르면 현재 시애틀 지역에서 웨이트리스 1명이 취업할 수 있는 식당은 4,8개이다. 간병인 일자리는 6.3개, 소매상 일자리는 7.4개, 건강관리요원은 9개나 돼 하이텍 전문 기술자들의 열린 일자리(10.9개)에 육박하고 있다. 시애틀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초급 근로자들이 턱없이 부족해 실업률이 50년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시애틀의 한 고용 대행업소 관계자는 인력시장이 워낙 제한돼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보너스와 탁아비 지원 등 각종 베네핏을 제시하며 직원을 채용해도 그 직원이 며칠 출근한 뒤 다른 회사로 가버리거나 아예 단 하루도 출근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주 호텔-요식업협회는 미성년자, 파트타임 학생, 제대군인 등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프로그램을 주정부 당국과 협의 중이다. 심지어 채용 기피 대상인 전과자들에게도 취업문이 넓어지고 있다. 당국은 전과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1인당 최고 2,400달러까지 감세혜택을 주는 등 ‘새로운 잠재인력’에 눈을 돌리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식당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전에 조리된 식품을 제공하거나 고객들이 음식을 직접 날라다 먹도록 하고 있다. 또 일부 호텔은 고객들의 체크-인과 룸서비스를 로봇이 대행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자동화는 오랜 시일이 걸릴 뿐 아니라 종업원 노조와의 갈등도 감안해야 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시애틀 지역의 초급근로자 기근 사태는 근래 지역경제가 급성장한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주택가격 및 렌트의 급상승이 더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시애틀 관내에 취업할 초급 근로자들이 거의 대부분 원거리 외곽도시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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