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기적인 트럼프

2019-05-15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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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트럼프 행정부가 연달아 내놓는 이민자 정책에 관한 소식들은 힘없는 소수민족 이민자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쏟아져 나오는 정책들이 온통 이민자들이 마음 편히 어깨 펴고 살 수 있는 것보다는 점점 옭죄거나 폐지, 또는 축소되는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5월 들어서만도 ‘미국에서 출생했다고 무조건 시민권 안 준다’ ‘얼굴 스캔 통해 오버스데이 적발 급증’ ‘유학중 출생한 자녀 국적이탈 거부’ ‘지역경찰 동원 불체자 체포 전면 허용’ ‘인터뷰 심사 미끼 함정단속’ ‘공적부조 수혜 전력 영주권자 추방’ ‘이민자정보 ICE에 전달-이민단속 공조’등등 강력한 반이민 정책들만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아예 추방재판도 포기하고 자진해서 미국을 떠나려는 불체자수가 급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조지아주 같은 반이민 분위기가 강한 지역에서는 자진출국 신청자수가 7배까지 증가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반면, 오히려 미국에 오겠다고 미 국경을 넘어오는 이주민 숫자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2개월 연속 10만명을 돌파했다는 기사도 보인다.


이민자들이 미국땅에 대폭 밀려들어오던 1980년대만 해도 누구나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다 잘 살 수 있었다. 신분미비자라 할지라도 땀 흘려 일하기만 하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었고 그들의 자식들도 문제없이 교육을 받으며 나름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었다. 국경을 몰래 넘어오고 배를 타고 일입국한 이들에게도 일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합법적으로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은 모두 인터뷰심사를 받기 위해 자국의 대사관 앞에서 길고 긴 줄을 서서 몇시간씩 마음졸이며 기다렸던 추억이 있다. 힘든 과정일지라도 그 시절 미국에 이민오는 것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될 정도로 큰 축복이었다. 이 대열에 끼기 위해 심지어는 편법까지 동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그런 좋은 시절은 다 물 건너간 것 같다.

아직도 물론 미국이 전세계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나라에서는 구태여 반이민 정책으로 치닫는 미국행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트럼프가 집권하는 한 이민자 차별정책은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트럼프의 기조는 무조건 미국우선주의, 백인중심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버지니아주 샬러츠 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가 저지른 폭력사태로 3명이 숨졌는데 이를 단지 여러 면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이 원인이라고 묵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미 전역에서 분노의 행진을 하며 그를 규탄한 일도 있다.

미국의 최고가치는 인종의 다양성과 공존이다. 트럼프에게서는 그런 정신이 도무지 엿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미국, 백인,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성품의 소유자로 비쳐진다.

최근 하와이 관측소 측정결과 현재 지구촌의 대기중 이산화탄소량은 60년전 이후 처음 415PPM을 돌파, 인류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는 보도이다.

트럼프는 지구촌의 환경이 이처럼 심각한데 탄소가스 배출감소로 공기 좋은 지구촌을 만들고 죽어가는 생태계보존을 위해 세계가 힘을 모으는 기후동맹 협약에서 탈퇴, 크게 빈축을 샀다. 트럼프의 소유건물인 트럼프 타워는 지금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2만톤이 넘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주위 환경과 공공의 이익을 외면하고 지내다 시장실로부터 에너지 효율 개선을 안 하면 연 21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트럼프는 세계 각국을 아우르고 미국의 모든 인종을 보듬어야 하는 책임있는 초강국의 리더이다. 그에 걸맞게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에서 벗어나야 성공적인 리더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어느 역대 대통령보다 당차게 밀고 나가면서 실행에 옮기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를 잘 살려 미국의 기본 가치와 정신인 다양성과 화합, 공공성을 위해 일해 나간다면 차기 대선가도에서의 승리는 물론, 전세계에서 박수 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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