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23년전 한국소리를 들었다”

2019-05-13 (월) 서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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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년전 한국소리를 들었다”

로버트 프로바인(가운데)교수가 지난 주말인 11일 UW에서 ‘한국 최초의 음원’에 대한 강의를 한 뒤 참석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123년전 한국소리를 들었다”


프로바인 교수, UW북소리서 1896년 녹음 들려줘

워싱턴대학(UW) 한국학도서관이 지난 주말인 11일 개최한 북소리(Booksori)에서는 지금으로부터 123년전 조선시대에 녹음됐던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신기한 체험을 하는 시간이었다. TV 등이 개발되기 전에 유일한 녹음이 가능했던 에디슨 원통형 음반에 담긴 한국 최초의 음원이었다.

이날 북소리 강사는매릴랜드대학의로버트 프로바인 명예교수였다.서울대 음악대학장을 지낸 이혜구 선생의 제자로 대학에서 한국 전통음악 및 동양음악을 가르쳤던 그가 바로 한국어로 된 최초의 음원을 찾아냈던 주인공이다.

그는 제보를 받고 미국 의회도서관 지하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6개의 에디슨 원통형 실린더 음반을 찾았다.

이 음반은 조선의 개화기였던 1896년 7월24일미국 여성 인류학자인 엘리스플레처박사(1838~1923년)가 워싱턴DC에 있는 자기 집에서 3명의 조선인 소리를 담은 것이다.당시 노래를 했던 조선인은 안정식,이희철, Son Rong으로 돼있다.안정식과 이희철은 신원이 확인됐지만 Son Rong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이들은 일본에서 유학을 하던 중 아관파천 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건너간 유학생들이다.

당시 미국에 있는 인디언 등 세계 민족음악을 주로 수집했던 플레처 박사는 이들 3명의 유학생으로부터 모두 11곡의 노래를 실린더 음반에 녹음을 했다.이 가운데 세 곡이 ‘아리랑’이다.고음반전문연구가인정창관 선생이 지난 2007년 이 음원을 CD로 펴냈으며 프로바인 교수는 이날 북소리에서 ‘달아 달아~’로 시작하는 ‘달타령’과 ‘자장가’ 등을 들려줬다.

프로바인 교수는 특히 음원뿐 아니라 서광범ㆍ김옥균ㆍ민영익ㆍ변수ㆍ유길준ㆍ홍영식 등 미국 초기 유학 한인들의 역사까지 자세하게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역사에서 기록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우쳐준다”면서 “123년이란 시간 여행을 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황양준기자june66@koreatimes.com

<서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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