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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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없는 만남은 만남이 아니다

2019-04-24 (수) 테드 리 / 맨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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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영어로 화학작용을 케미스트리(chemistry) 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궁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다. 일이고 사람이고 서로 끌림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은 만남은
진정한 만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요즘 미국에서는 기업마다 ‘고스팅(ghosting)이나 ’ 노-쇼(no-show)’ 로골머리라고 한다.항공업계에서는 예약 고객이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예약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예약 부도를 내는 가하면 일반 기업체에서는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본다고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면접 고스팅’ , 내일부터 출근하겠다던 신입직원이 출근날 아침 아무런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출근 고스팅’ , 기존직원이 그만 둔다는 사표 한 장이나 한마디 말도 없이 연락을 끓고 잠적해 버리는‘ 퇴사 고스팅’ 등이다.

이 고스팅이 미국 직장문화의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유령’ 처럼 보이지 않게 사라진다는 의미로 특히 연인 사이에서 갑자기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리는 행위
를 뜻하는 이 용어를 온라인 사전 웹사이트 ‘딕셔너리 닷컴( Dictionary.com) ‘ 이 2016년 처음 사용하면서 세상에 알려져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 생각 좀 해보자. 그 답을 한마디 표현하자면‘ 끌림’ 이 없는 까닭이 아닐까. 거의 모든 것이 기계화 되고 경제와 자본의 논리로 운영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열악한 작업 근무 환경에서 착취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한 어떤 열정과 애정이 생길 수 없는 일 아닌가.

인간관계 회복 없이는 일다운 일, 사랑다운 사랑이 불가능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사람은 끌림이 있을 때에라야, ‘죽어도 좋아’ 미치도록 몰입할 수 있지 않으랴. 이렇게 몰입된 상태에서만 우리는 순간순간 지복(至福)의 행복감을 맛볼 수 있으리라.

이럴 때 우리는 비로소 영국시인 윌리엄 블레이크91857~1927)의 시구 같이 ‘모래 한 알에서 세계를/들꽃 한 송이에서 천국을/ 볼 수 있도록/ 한손에 무한을/ 한순간에 영원을/ 잡으리라

<테드 리 / 맨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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