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물선 횡재는 ‘금의 저주’였다

2019-04-05 (금) 서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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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횡재는 ‘금의 저주’였다

수색에 참여한 시애틀 13명 30년 만에 ‘쥐꼬리’ 분배

골드러시를 이뤘던 캘리포니아에서 금괴 3톤을 싣고 동부로 항해하다가 캐롤라이나 근해에서 허리케인에 휩쓸려 침몰한 증기선 ‘센트럴 아메리카’호가 발견된 지 30여년만에 법정분규가 매듭됐지만 관련자들은 별 소득 없이 ‘금의 저주’를 받은 꼴이 됐다.


이 배에는 공식 선적된 금괴 3톤 외에 탑승객 578명이 비슷한 양의 금부치를 개인적으로 휴대했을 것으로 추정됐으며 미 육군이 비밀리에 15톤의 금괴를 선적했다는 루머도 퍼졌었다. 탑승객 중 425명이 사망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여객선 참사로 기록됐다.

보물사냥꾼 토미 톰슨(66)은 시애틀 해양학자 마이크 윌리엄스의 100만달러짜리 첨단 수중 음파탐지기를 임대하고 13명의 탐사선원을 고용해 침몰지역을 수색한 끝에 1988년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160마일 떨어진 대서양의 7,200피트 해저에서 센트럴 아메리카호 잔재를 발견했다. 이 사업에 1,200만달러를 투자했던 투기자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그 때 인양한 금괴가 2톤이었다. 현 시가로 7,600만달러 상당이다. 톰슨은 2014년 2차 인양작업에 나서 5,000만달러 상당의 금화 1만 600개, 은화 1만 4,000개, 금덩어리 577개 및 금가루 100 파운드를 건졌다. 하지만 톰슨은 곧바로 소송전에 휩쓸렸다. 침몰사고를 보상해줬던 보험사들이 보물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고 투자자들도 분배를 요구했다.

톰슨은 5,000만달러 상당의 금괴와 금화를 2000년 매각한 후 플로리다주 베로 비치의 호화맨션에 잠적했다. 배임혐의로 오하이오주 교도소에서 복역중인 톰슨은 지난해 11월 법정에 선 그는 금화 500개의 행방을 묻는 판사에게 캘리포니아 신탁회사에 맡겼기 때문에 기억이 없다고 잡아뗐다. 판사는 그의 기억이 회복될 때까지 계속 복역토록 판시했다.

탐사작업에 참여했던 시애틀 지역 선원 13명은 톰슨과 탐사장소를 함구하는 조건으로 인양보물의 1.975%를 분배받기로 계약했었다. 이들은 지난 2월 변호사 비용 52만2,000달러를공제한 67만8,000달러를 분배하도록 법원으로부터 판결받았다. 인양작업에 참여했던 워싱턴대학 해양기술자 팀 맥기니스는 “쓸만한 자동차 한 대값이지만 예상보다 많다”고 말했다.

<서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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