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이패스 수술비가 45만여 달러?

2019-04-02 (화) 윤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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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패스 수술비가 45만여 달러?

밴쿠버 여성 혼쭐...해묵은 관련법 주의회 통과 불투명

작년 여름 극렬한 심장마비로 생사기로를 헤맨 밴쿠버(워싱턴주)의 50대 여인이 한 달간 입원치료로 소생했지만 45만4,000여 달러의 치료비 고지서를 받고 또 한번 까무러쳤다.


워싱턴주 의회는 의료기관의 이 같은 ‘황당 치료비 청구서’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올해 4년째 연속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단체들의 로비에 막혀 성사 가능성은 올해도 불투명하다.

식당 웨이트리스인 데비 모엔키(59) 여인은 작년 8월 14일 극심한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켜 동네 병원에 찾아갔다가 앰뷸런스에 실려 포틀랜드의 오리건 보건의과대학(OHSU)으로 이송됐다. 거기서 그녀는 응급 심장동맥 바이패스 수술을 받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후유증으로 9월 12일까지 거의 한달간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곧 이어 OHSU로부터 그녀와 트럭운전사 남편인 래리 모엔키 앞으로 45만4,550.54달러의 청구서가 날아왔다. 절반가량을 보험사가 부담키로 했으니 나머지 22만7,959.19달러를 본인이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이들 부부는 47년 묵은 모빌홈에서 남편의 월간 1,884달러 소셜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남편도 부인을 간병하면서 병이 생겨 일을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재산을 다 팔아도 그 많은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병원이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고 개탄했다. 데비 여인은 “치료비가 이처럼 많을 줄 알았더라면 병원에서 생면연장 치료를 거부했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병원비가 비싸진 것은 데비 여인이 보험사 네트워크 소속 병원이 아닌 외부 병원에서 치료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편은 보험사나 병원 측으로부터 네크워크 의료기관으로 옮겨 치료를 받으면 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OHSU와 라이프와이즈 보험사는 그런 상담을 상대방 측이 했어야 한다며 서로 책임을 미뤘다.

결국 모엔키 부부의 질곡은 전혀 엉뚱한 방법으로 해결됐다. 병원과 보험사를 상대로 이들 부부의 곤경을 끈질기게 취재한 언론의 압력과 한 환자지원 비영리기관의 도움으로 OHSU로부터 22만 8,000달러의 치료비를 몽땅 삭감 받았다.

<윤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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