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세상 차별에 당당히 맞선 ‘종교계 여성 영웅들’

2019-03-15 (금) 이정은 기자
크게 작게

▶ 크리스천 포스트, ‘ 여성 역사의 달’ 맞아 8명 조명

3월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기념하는 ‘여성 역사의 달(Women’s History Month)’이다. 지나간 역사 속에서 온갖 차별에 맞서 싸우며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낸 여성들의 헌신과 업적을 되새기는 동시에 각 분야에서 보다 나은 남녀평등 사회를 구현하려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보는 달이기도 하다. 종교계 역시도 교회사에 큰 영향을 끼친 여성들에 대해 더 큰 관심을 쏟는 시기이다. 이에 크리스천 포스트(CP)가 최근 조명한 8명의 여성 인물들을 살펴본다.

■잔 다르크: 왕위계승권 분쟁에서 시작된 영국과의 백년 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애국소녀다. 어린 시절의 어느 날 샤를 왕세자를 도와 영국군을 몰아내고 프랑스를 구하라는 천사의 계시를 받고 출전해 전투를 지휘했다. 영국군을 물리치고 기적 같은 승리를 이어가며 마침내 샤를 왕세자의 대관식까지 치렀으나 즉위한 샤를 7세와 귀족들의 시기로 적군에 팔려갔고 일곱 번의 재판 끝에 마녀라는 죄를 뒤집어쓰고 19세의 나이로 화형 당했다. 샤를 7세는 백년 전쟁이 끝나고 3년 뒤 마녀 혐의를 풀어주고 명예를 회복시켜줬으며 1920년에는 가톨릭교의 성녀로 시성됐다.

■수잔나 웨슬리: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와 그의 남동생 찰스 웨슬리의 어머니다. 성직자는 아니었지만 웨슬리 형제에게 신앙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어서 ‘감리교의 어머니’로도 불린다. 자녀들이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주기도문부터 가르치고 부모를 위한 기도와 교리문답, 성경구절 암송을 비롯해 하나님과 부모에게 순종하도록 하는 그녀의 자녀교육 원칙은 유명하다. 특히 여자들에게는 일을 가르치기 전에 반드시 글 읽기를 교육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웨슬리안의 전통으로 이어진 감리교의 여성 사역 인정 배경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패니 크로스비: 1820년 뉴욕 빈민가에서 출생했지만 생후 8주만에 시력을 잃은 맹인으로 94세까지 살면서 ‘예수로 나의 구주 삼고’ ‘나의 갈길 다가도록’ ‘나의 영원하신 기업’ ‘인애하신 구세주여’ 등 8,000여곡 이상의 주옥같은 찬송가를 작시했다. 원래 이름은 프랜시스 제인 크로스비이며 ‘영혼의 찬양 전도자’ ‘어린이 찬양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맹인학교에서 영문법과 수사학, 로마어, 미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도 근무했고 시인이자 복음찬송을 부르는 가수 겸 복음사역자로도 활동했다. 연방의회에 초청 받아 찬송시를 낭독하며 미국인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해리엣 터브맨: 노예로 태어났지만 미국의 남북전쟁 이전인 25세 때 이미 노예 해방에 대한 하나님의 비전을 확신하고 스스로 노예 소굴에서 탈출했다. 이후 300여명의 다른 노예들까지 구출해 은신처를 제공하며 자유의 세계로 이끈 노력 덕분에 ‘민중의 모세’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당시 4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을 정도로 노예 주인들이 가장 증오하는 대상인 동시에 두려운 존재였다. 전쟁 중에는 간호사로, 이후에는 흑인 노예들의 인권보호 활동에도 힘썼다.

■캐서린 부스: 남편 윌리엄 부스와 공동으로 1885년 영국 런던에서 구세군(Salvation Army)을 창립했다. 초창기 명칭은 ‘크리스천 미션’이었으며 도심 소외 지역의 빈민 구제활동을 하는 자선단체로 시작해 현재에 이르게 한 토대를 다졌다. 감리교 신앙을 지닌 가정에서 태어나 12세 때 이미 성경을 8회나 통독했을 정도로 신앙이 깊었고 소년금주회 간사로도 활동했으며 실천적 신앙에 바탕을 두고 가장 영향력 있는 설교자로도 명성을 얻었다.

■로티 문: 1873년부터 40년간 중국 선교에 힘썼던 침례교 전도사로 가장 헌신적이고 성공적인 중국 선교를 펼친 인물로 평가 받는다. 버지니아의 부유한 대농장주의 딸로 태어났지만 안락한 삶과 사회적 지위를 모두 버리고 떠나간 중국에서 전족 폐지운동을 시작했고 술집에 팔려가거나 도박과 아편으로 가산을 탕진한 부모의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복음을 전했다. 남침례교의 해외 선교 역사상 전설적인 인물로 꼽히는 영웅적인 존재다. 격변기의 중국에서 헌신적으로 선교한 그를 기리며 남침례교는 매년 성탄절마다 ‘로티 문 특별헌금’으로 해외 선교 재정을 후원해오고 있다.

■도로시 데이: 1897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출생한 신문기자 출신으로 시민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로도 활동했다. 대공황을 겪던 시기에 굶주린 민중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이후로 노동자와 민중을 위한 삶에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 인종차별에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아동노동 문제와 여성의 참정권을 위한 활동을 펼치며 옥살이도 여러 번 치렀다. 옥중에서 성경을 접했고 성인이 된 후인 1927년에 가톨릭에 입교했다. ‘가톨릭 워커’를 공동 창간하며 가톨릭 노동자 운동도 이끌었고 소외계층을 돌보면서 환경운동, 반핵운동, 반전운동에도 가담했으며 간디 평화상도 수상했다.

■테레사 수녀: 인도 캘커타 빈민가에서 평생을 헌신하며 ‘가난한 자의 어머니’로 불렸다. 사후 20년이 지난 2016년에는 가톨릭 성녀로 추앙 받았다. 200년간 이어진 영국의 지배를 벗어난 후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 속에 인도 거리 곳곳에서 아무런 보살핌 없이 굶주림과 병마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던 시절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사랑의 선교 수녀회를 설립해 가난한 자를 돌봤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시상식에서는 오늘날 가장 큰 평화의 파괴자가 낙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은 수녀복 대신 인도 천민 여성들이 입는 흰색 사리를 입고 헌신하며 봉사와 박애정신을 실천했다.

<이정은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