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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福)이야기

2019-02-27 (수) 송지선/ 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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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며 이웃 친지들과 내가 서로를 위해 소원한 복은 얼마나 될까. 올해가 더구나 기해(己亥)년 돼지해이다 보니 복(福)을 품은 돼지가 황금빛을 발하며 온갖 연하장의 최고 모델이 되었다. 나도 새삼스레 한동안 구석에 밀쳐놓았던 돼지 목걸이를 찾아 걸어본다. 왠지 금돼지를 목에 걸고 있으면 행운이 좀 더 많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의 몸짓이다.

지난 가을, 난 생전 사 본 적 없던 복권을 샀었다. 복권 당첨금이 어마어마하다기에 행여나 하는 기대를 해봤었지만, 결과야 당연히 꽝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 주 거르지 않고 복권을 사시던 어머님께 한번은 여쭤보았다.

어머니 복권 당첨 되면 하고 싶으신 게 뭐에요. 어머님은 순간의 주저도 없이 대답하신다. “자식들 나눠줘야지.” 이민 생활 속에서 자식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요행(僥倖)을 바라는 나름 어머니의 소박한 꿈이었다. 나도 요행을 꽤 기대하는 때가 있으니 연말 모임에 가면 사게 되는 경품용 복권이다. 쌓여진 크고 작은 경품에 견물생심이 생겨 티켓을 사지만 통 행운이 따르지 않더니 지난 모임에서는 세 번이나 당첨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막혔던 운이 몰아서 찾아왔나 하니 선배 어른이 귀뜀을 주신다. 봉사 많이 하라고 주는 행운이라고.


요행(僥倖)이란 ‘뜻밖에 얻는 행운’이다. 비록 기대하지 않은 행운이지만 느닷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선물 보따리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어딘가에서 필연을 숨기고 있다가 순간순간 우연처럼 발견되는 것이 아닐까. 이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선한 일을 많이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아도는 경사가 있다’는 뜻과도 상통된다. 종종 이웃에 나쁜 짓만 일삼는 사람에게 요행이 많이 생기니 세상의 불공평을 운운한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조상이 적선을 많이 한 집안이었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내가 받은 복이 내가 혼자 얻은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쌓아 놓은 선함에서 온 요행이라면 새해에는 나 또한 누군가가 받을 행운을 위해 복 짓기를 게을리 하면 안 되겠다.
인도 시인 Ram P. Varma는 ‘새해 생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이제 위대한 새해의 시작이다. / 새로운 지혜가 꽃피고 자라기 시작한다./ 천상지복의 새로운 비밀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를 맞기 위해 그대는 스스로를 크게 키운다. / 그것이야말로 바로 그대가 숭고한 이유이다./ 이 찬란한 천상의 복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우주의 지혜를 깨닫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부분)

진정한 ‘복’은 자기를 새롭게 만드는 일이고 내 안에 나를 새로이 발견하는 일이니 ‘일신 우일신(日新又日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때 진정 복 받을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옆에서 들어 주던 친구는 그렇게 힘들게 받는 까칠한 복은 패스하고 올해는 넝쿨째 들어오는 복만 접수하겠단다. 친구야, 넝쿨째 들어 올 복을 기다린다면 넝쿨 복을 부지런히 지어야지. 어쩌면 나도 그 노력이 힘들 줄 알기에 미리 돼지 목걸이를 찾았나보다.

<송지선/ 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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