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려진 어린아이의 손과 무모한 초콜릿 손

2019-01-15 (화) 김성실/ 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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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인터넷에서 맛있고 질 좋기로 유명한 벨기에 초콜릿 상품 중 손 모양을 한 초콜릿이 문제가 되어 떠들썩했었다.

원래 손 모양의 초콜릿 유래는 벨기에의 Antwerp 지역(화가 반 고호의 고향)의 전설로 그 지방의 극악스러운 거인 Antigoon의 손을 잘라 강에 버린 영웅 Brabo를 기념하는 의도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벨기에의 역사에는 흑인과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손을 절단한 사실이 있다.
1865년부터 1909년까지 벨기에를 다스렸던 왕 레오폴드(Leopold) 2세가 콩고를 침략하여 코끼리 상아를 잘라다 팔고, 당시 많은 인기가 있었던 고무를 최대한으로 무리하게 생산하도록 종용하였다. 그 과정에서 억지로 책임 주어진 분량을 다 하지 못한 원주민들의 목숨을 앗아가거나 처벌 방법으로 어린이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손을 절단하여 그 증거로 본국에 보내는 잔인한 만행을 저질렀다.
이 때에 학살된 원주민들의 숫자는 무려 천만 명에 이르러 이 사실이 이웃나라에 알려지게 되어 외교적 압박을 받아 본국의 정치권에서도 레오폴드 2세가 콩고를 포기하도록 권유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모아진 막대한 재산은 왕 자신을 위한 건물들과 나라를 위한 건물을 건축하는데 쓰여 졌고 왕권을 이을 아들이 없자 레오폴드 2세는 죽기 전에 자신의 건물 모두를 나라에 헌납하여 왕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식민지의 시작은 1415년 포르투칼이 아프리카의 북쪽 Ceuta를 장악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1830년 불란서가 알제리아를 침입하고 난 후 부터는 본격적인 식민지화가 실시되었다.

1870년부터 1900년까지 제국주의적 폭력, 외교적 압박, 군대를 앞세운 침략으로 이디오피아와 리베리아 두 나라를 제외한 모든 아프리카 나라들이 벨기에를 비롯하여 영국, 불란서, 독일, 이태리,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식민지가 되었다. 원주민들이 견뎌야만했던 고통은 이루다 말할 수 없다.

경제, 정치, 사회적인 동기로 박차를 가한 식민지화는 경제적인 탐욕이 우선이었고, 나라간의 정치적인 경쟁이 자극을 주어서 더욱 왕성했었다.

지금 물론 식민제도며 노예제도가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유럽제국주의들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을 식민지화 하면서 흑인들과 원주민들에게 행했던 극악무도한 폭력과 행패, 그로 인해 더욱 강해진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은 많은 세월이 흘러도 끝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기념하고 싶은 전설을 ‘초콜릿 손’으로 축하하려는 뜻은, 수많은 무고한 이들의 손을 잘라 가버린 조상들의 극악무도한 잘못을 기억하지 못하고 손 모양의 초콜릿을 생산하는 무모함으로 피해자에 대한 무감각함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김성실/ 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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