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 연례행사처럼 세우던 ‘올해의 목표’ 리스트가 아직 하나도 없다.
‘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았던 2018년은 미국이나 한반도의 정치상황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도 격동의 한 해였다. 지난 봄 눈 폭풍과 한여름 집 근처 전봇대에 벼락이 떨어진 천재지변, 그리고 11월 눈 폭풍, 12월 폭우 등을 모두 온 몸을 겪은 것까지는 견딜만한데 노쇠하신 친정어머니 요양원 보내드리기와 가까운 친지의 암 소식은 참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으니, 뭔가 더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2019년 첫날, 해는 다시 뜨고 나 역시도 12월31일과 별 차이 없이 1일 아침에 눈을 뜬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해야만 할일에 매이며 어느덧 1년의 52분의 1을 지내버리고 나서야 부랴부랴 작심 3일을 생각해봤다. 올해는 무슨 목적을 세워볼까. 좀 더 부지런히, 좀 더 열심히 운동을 하고, 될수록 건강식하고, 이웃들과 잘 지내고, 노후대책에도 신경을 쓰자 등등……그렇게 몇 십 년을 결심했었지만 또한 언제나 변함없는 ‘작심 3일’ 이었다. 타고난 성격을 바꿔가면서 실천하는 일이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떠오르는 생각은 단 한가지다. ‘ 잠 좀 더 자자’이다. 오로지 매일 잠 좀 푹 자고 싶은 생각뿐이다. 늦게 자고 아침이면 억지로 일어나던 나의 야행성 생활을 확 바꾸어, 아침형으로 성공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좀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인 것이다.
만약 아주 비싼 약이 있어서 이 약을 먹으면 기억력을 살려주고, 몸의 면역력을 키워주고, 심장질환의 확률을 내려주고, 시력을 보호해주고, 감기에도 안 걸릴 뿐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낯선 일에 적응하는 힘과 상황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증진시켜준다고 하면 누구든지 그 약장수를 의심할 것이다. 그런데 ‘잠’이 바로 그 마술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완전 무료이다.
“당신의 인생을 바꾸고 싶은가요? 그러면 잠을 조금 더 자 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잠이 주는 마력에 대해 쓴 뉴욕타임스의 ‘스마트 리빙’ 글에서 건강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다. 잠을 충분히 자면 한마디로 아주 건강한 삶을 살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미국인의 3분이1이 잠이 부족하며, 80퍼센트가 1주일에 1번 이상 수면문제로 고생을 하고, 그 인구가 잠 부족으로 일을 못하는 날이 1백23만 일이며 그로 인한 재정손해는 40억만 달러라고 한다.
8시간 자야 한다고들 하지만 개인에 따라 몇 시간을 자야한다는 정석은 없다고 한다. 몇 번의 실험을 해보면서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잠, 즉 아침에 깼을 때 개운함을 주는 자신만의 잠을 찾아내어 습관화하라는 충고이다.
밤 11시 넘어하는 ‘late Night Show’ 안 보기. 이거만 지켜도 잠자리에 일찍 들 수가 있다. 일단 한 3일을 지내보고 할 만하면 계속해서 일찍 자기를 실천하자. 가끔은 Netflix 영화도 좀 보고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기도 하겠지만, 평소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잠 좀 더 자기’를 못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올해 단 하나의 신년결심,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잠자기’를 365일 지속시켜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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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려/ 웨체스터 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