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인 아니면 집 살 수 없다?”

2019-01-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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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애틀 동네 주택거래 조항에 인종차별 단서 상존

시애틀 다운타운을 비롯한 교외지역의 수많은 동네에서 유색인종이 집을 구입할 수 없도록 명시한 매매계약서 조항이 수십년간 공공연하게 존속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520 Hwy 서쪽 끝부분의 브로드무어 동네는 “유대인, 흑인, 아시아 인종(피리핀인)은 동네에 들어올 수 없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다만 백인이 거주하는 주택이나 건물에 고용된 유색인종은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대학(UW)의 제임스 그레고리 교수(인권 노동역사학)는 킹 카운티 감정국이 보관하고 있는 주택거래 기록 마이크로필름을 2005년부터 분석해오면서 매매계약서에 이 같은 인종차별적 조항이 첨가된 주택이 현재까지만 2만여 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들 주택은 캐피털힐, 퀸 앤, 매디슨 파크, 매그놀리아, 블루 릿지, 로렐허스트, 홀러 레이크 등 대부분 쉽 커넬 북쪽의 고급 주거지에 위치해 있다.


물론 이 같은 인종차별조항은 법적 효력이 없지만 역사기록인 거래문서에서 그 조항만 발췌해 삭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주택의 소유주들은 감정국에 의뢰해 이 문구를 무효화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그레고리 교수는 설명했다.

이 문제는 최근 볼티모어에서 타코마로 이주해 주택을 구입한 한 백인여성에 의해 표면화됐다. 일본인 남편과 한국에서 입양한 아들을 둔 그녀는 클로징 서류에 서명하려다가 “이 주택은 백인에게만 팔 수 있다”는 조항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숙모인 팸 트랜슈(전 타코마 커뮤니티칼리지 총장)에게 이 문제를 상의했고, 트랜슈는 크리스틴 킬더프(민-레이크우드) 주 하원의원에게 관계법을 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킬더프 의원은 주택 소유주들이 인종차별 조항의 무효화를 당국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SHB-2514)을 지난 회기에 통과시켰다.

연방대법원은 이미 1948년 이 같은 인종차별 조항을 시행할 수 없도록 판시했고 연방의회도 20년 후 공정거래법을 제정하면서 이 조항을 무효화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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