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화작가 줄리 김, “어른 공경하는 한국문화가 좋아”

2018-12-18 (화)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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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W ‘북소리’서 작품세계 소개

▶ 할머니 시리즈 2편 준비중

동화작가 줄리 김, “어른 공경하는 한국문화가 좋아”
시애틀 한인 동화작가 줄리 김(한국명 김주희)씨가 지난 13일 강사로 나선 워싱턴대학(UW) ‘북소리’에서 한인 1.5세들의 정체성과 고민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김씨가 이날 소재로 했던 자신의 동화책 <할머니께서 어디 계시나?>(Where’s halmoni?)는 이 같은 고민이 작품으로 승화됐음을 보여줬다.

김씨는 지난해 9개월간의 준비 끝에 이 동화책을 발간하게 된 과정을 그래픽 자료를 통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책은 한글과 영어가 섞여 있고, 그림 역시 한국의 전통 문양이나 소재들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한인 3세인 ‘진’과 ‘준’남매가 팥죽을 먹기 위해 할머니 집에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할머니가 집에 안계시자 수상한 발자국을 따라간 이들은 ‘동화책 나라’로 빨려 들어가고 남매는 호랑이가 할머니 팥죽을 훔쳐간 사실을 알게 된다. 호랑이로부터 팥죽을 찾아오는 과정에서 한국말을 하는 토끼, 도깨비, 호랑이를 만난다. 호랑이와 힘겨운 싸움 끝에 팥죽을 찾아와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할머니도 구미호였다. 김씨가 이처럼 웃기는 동화를 발상한 것은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딸과 아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전해주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김씨는 “미국에선 은퇴한 노인들에게 그냥 편히 쉬도록 하고 젊은 세대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할머니 등 어른들을 공경한다”며 “할머니에게선 그들의 오랜 경험을 얻을 수 있어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가장 좋은 소재로 할머니와 구미호를 선택했다”면서 “한국 ‘전설의 고향’에서 무섭게만 나오는 구미호를 색다르게 해석해 동화적인 발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지난해 미국 유명출판사인 사시콰치 북스에서 발간돼 인기를 끌었다. 김씨는 “앞으로 다양한 소재의 책을 쓸 생각이지만 우선 한국전통이 스며 있는 ‘할머니 시리즈’로 또다른 책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7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김씨는 세계적 예술대학인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으며 캐릭터, 애니메이션, 광고 등의 분야에서 작업하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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