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탄생 200주년

2018-12-14 (금) 김영석/ 맨스필드대 음악대학 종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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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200년 전인 1818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처의 아주 조그만 마을 오베른도르프(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17km 북쪽) 성 니콜라우스 교회에서 시무하던 신부 요제프 모어(Joseph Mohr)가 그 날 있을 크리스마스 이브 자정 미사를 준비하던 중 오르간에 문제가 생겼다.

난감한 상황에서 고장 난 오르간 대신 기타로 반주 할 수 있는 곡을 찾게 되었는데 2년 전 자신이 써놓았던 아기 예수 탄생에 관한 시가 떠올랐다. 모어 신부는 교회 오르가니스트 프란츠 그루버(Franz Xaver Gruber)에게 그 시의 작곡을 부탁했고 몇 시간 내에 곡이 완성되었다.

그 날 크리스마스 이브 자정 미사에서 기타 반주로 불렀던 노래가 바로 최초로 연주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요제프 모어의 이름은 잊혀지고, 음악 활동을 계속했던 그루버가 작곡을 했다 혹은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의 이름이 작곡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5년 요제프 모어의 자필 사본이 발견되면서 그루버와 모어의 공동 작품인 것이 확인 되었고, 2011년 UNESCO 세계 무형유산으로 등재 되었다.

이 곡이 만들어 졌던 그 당시 오랜 전쟁 즉, Napoleonic Wars(1792~1815)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매우 지치고 힘들어 할 때였다. 나폴레옹이 귀양을 가고 비엔나 협정에 의해 유럽의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국경이 형성되는 아주 어수선한 시기였는데 이 곡의 4절에는 그처럼 힘든 시기를 보고 겪으면서 하늘의 평화와 구원을 갈구하는 소망의 의미가 잘 담겨져 있다.

이 곡을 작곡한 프란츠 그루버 (1787-1863)는 부인이 차례로 죽는 바람에 세 번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평생을 교육자와 음악가로 살았다고 한다.

또한 요제프 모어 (1792~1848) 신부는 잘츠부르크의 아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아버지가 하급 군인이어서 집을 자주 비웠기 때문에 사형 집행인이던 대부의 손에 자랐다. 그는 보잘 것 없는 시골의 가난한 사제였지만, 험난한 세상 속에서 하늘의 평화를 구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평화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에 대한 경배를 온 세상 사람들의 마음 속에 불멸의 노래로 남겼다. 아마도 이 노래는 지구상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언어로 불리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

<김영석/ 맨스필드대 음악대학 종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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