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룩한 부담

2018-12-11 (화)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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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I love to be with you, 할머니! ”라는 네살짜리 손녀딸들의 말 한마디에 단칼에 무 자르듯 47년 뉴욕생활을 접고 보스톤 지역으로 떠나왔다.

새 교회를 찾고, 낯선 상황에서 모르는 이들과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분위기를 배우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어 모처럼 활동적인 교회생활에서 벗어나 조용하게 지내리라 싶었다. 인근지역에는 놀랍게도 걸어갈 만한 거리에 한인성결교회가 있고, 2마일 내에 한인 장로교회가 있다. 서너 군데의 연합감리교회 한인교회들을 방문하였는데 한 교회만을 47년 섬겼던 내가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생소함과 노교인으로서 시작하게 될 새 경험, 다른 주들이 갖고 있는 지역적 특성, 방문자에게 베푸는 교인들의 친절과 담임목사들의 다양한 태도, 교회 분위기 등은 이채로왔다.

공통적으로 많이 놀라웠던 것은 우리 부부가 함께 자리를 했음에도 남성교인들은 남편에게만 악수를 청하거나 인사를 하는 것이었고, 여성교인들은 나에게만 악수나 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교회를 방문했던 남성들과 자연스럽게 인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우리교회 교인들의 모습이 이곳 교인들과 비슷한 문화를 갖었던 방문자들에게는 어떻게 비추어 졌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잠시라도 조용히 지낼 줄 알았던 새 지역에서의 신앙생활은 나의 착각이었고, 여선교회 본부에서 내년에 150주년을 맞게 되는 여선교회 역사에 대하여 전국 여선교회 선교학교 지도자들을 인도해 달라는 부름을 받았다. 선교학교는 일년에 한 번씩 전국에서 각 연회 사정에 따라, 2박 3일 내지 3박 4일 동안 남녀 교인들과 목회자들이 모여 올바른 선교를 위해 필요한 영성과 지역및 사회이슈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몇 년전 뉴욕연회선교학교를 인도하기 위해 대학교 한 과목 분량에 해당하는 책들을 읽고 공부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 이제는 전국에서 모이는 선교학교 지도자들을 인도하라시는 부르심에 거룩한 부담을 갖지만, 조심스럽고 무거운 책임은 늘 기적을 낳는 결과가 있음을 경험하였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부르심에 응하기로 하였다.

우선 많은 책들 중에 1879년경에 중국과 일본에 파견되었던 용감한 여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사랑을 행동으로 옮긴 그들의 헌신적인 삶과 그들을 끊임없이 기도와 물질로 지원했던 여성들의 노력과 열정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숭고한 믿음이었다.

특히, 세계적으로 성차별이 심했던 시대에 여성들이 여성들을 위하여 최초로 여성들의 병원과 학교를 설립하여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행동으로 보였고 열악한 환경속의 선교지 여성들에게 기적을 갖어왔고 믿음의 씨앗을 뿌렸다. 인도와 한국에도 그 선교의 손길이 조선시대에 들어와 큰 기적들을 불러왔으며 삼일절을 인도한 유관순 열사가 그 한 예이다.

내년 5월, 이런 기적의 역사를 전국 지도자들과 나눌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거룩한 부담이 은혜로 변화되어 또 다시 부르심을 받은 특권이 감사와 떨림으로 범벅이 된다.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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