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가시면 ‘보원요’ 가보세요”

2018-11-20 (화)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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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희 교수, UW북소리서 김기철도예가의 삶과 작품소개

“한국가시면 ‘보원요’ 가보세요”

공주대 박연희(오른쪽에서 네번째) 교수가 북소리 강연을 한 뒤 일부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대학(UW) 한국학도서관이 지난 주말인 17일 개최한 ‘북소리’ 강사로 나온 공주대 박연희 교수는 “한국에 가시면 곤지암에 있는 ‘보원요’을 가보시라”고 권했다. ‘보원요’(寶元窯)는 도예가인 지헌(知軒) 김기철이 살고 있으며 그의 용가마가 있는 곳이다.

회계학인 전공인 박 교수가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도예가 김기철 선생의 이야기로 강연을 한 것은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김기철(85) 선생은 박 교수의 중학교때 영어 선생님이었고, 이 같은 인연을 계기로 박 교수는 김 선생님으로부터 현재도 도자기를 배우고 있는 제자이기도 하다.

박 교수의 이날 강연은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했던 대가(大家)를 알게 되는 기쁨을 줬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사실 도예가 김기철 선생은 한국에서 보다는 유럽 등 해외에서 더 알려진 작가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1999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별도의 시간을 내서 그가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보원요’를 찾았을 정도다.


그의 작가로서의 이력도 독특하다.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영어 교사로 지내던 그가 불혹의 나이가 지나서 우연히 나전칠기 중요인간문화재 김봉룡 선생의 고희 회고전을 보고 충격을 받은 뒤 삶을 새롭게 바꿨다. 70이 되신 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 활동을 하는데 자신은 뭘 했나 하는 회의가 들었고, 허리 통증으로 휴직을 하면서 청자 흙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연습을 했다.

결국 이렇게 해서 마흔 중반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홀연히 낙향해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의 생활과 함께 한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도자기를, 그것도 나무로 불을 때서 굽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도예 작품으로 ‘공간 대상’을 수상했으며 자연미 넘치는 작품성이 전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로마 교황청, 영국 대영박물관, 청와대, 미국 버밍행박물관, 스웨덴 에벨링박물관, 스토너파크 박물관, 미국 시카고 박물관,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그의 도자기 뿌리는 자연이다. 나무와 꽃, 풀잎과 열매, 동물, 산과 바다 등에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며 작품이 탄생한다. 그가 말한대로 ‘흙장난’하듯 손가락 끝으로 흘러나오는 대로 작품 활동을 하며 이로 인해 잎사귀와 꽃과 열매가 바람에 날리듯 너울대는 것이 주조를 이룬다.

박 교수는 “선생님에 살며 작품 활동을 하는 보원요에선 봄과 가을 두 차례 가마에서 불을 때 작품을 구워 낸다”면서 “미리 연락을 하고 찾으면 손수 지은 농작물로 요리된 점심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화: (031)762-6209
주소: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곤지암리 387-7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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