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뜻밖의 은인 덕에 생명 건져

2018-11-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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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여성 등산가 조난 앞서 현지인이 미리 구조 요청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장장 2,650마일 이어지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적절한 준비 없이 5개월전부터 종주해온 독일의 30대 여성 등산가가 종착점을 140여 마일 앞둔 워싱턴주 산속에서 죽을 고비에 처했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스노호미시 카운티 수색구조대는 지난달 28일 노스 캐스케이드의 글레이셔 피크 인근 PCT의 트레일에서 동사직전의 카타리나 그레네(34) 여인을 헬기로 구조했다. 당시 그녀는 옷이 젖었고 눈신도 없었으며 장갑도 잃어버려 손가락이 동상에 걸린 상태였다.

그레네는 한 시간에 고작 100피트를 걸을 정도로 기진맥진했었다며 죽음이 임박했다고 판단, 독일의 가족들에게 무모한 짓을 했음을 후회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런 그레네에게 구조대원들은 그녀의 사진이 실린 구조요청 전단지를 보여줬다.


그 전단지는 일주일 전인 10월 22일 그녀를 레이크 수잔 제인에서 만나 스티븐스 패스까지 태워다주고 약 2시간을 함께 산행한 낯선 낸시 아벨 여인이 만들어 스노호미시 카운티 셰리프국에 보낸 것이었다. 여섯 살 때부터 이 지역 산을 등반한 아벨 여인은 그레네의 준비가 터무니없이 엉성해 그녀가 분명히 위험에 빠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벨은 그레네에게 철수할 것을 권유했지만 그레네는 종착점이 머지 않다며 혼자 강행군을 계속했다. 아벨은 그녀의 인상착의, 산행 방향, 장비 및 식량상황 등을 꼼꼼히 물은 후 그 정보를 전단지에 담아 셰리프국에 보냈고, 셰리프국은 즉각 수색에 나섰다.

지난 달 31일 아벨 여인과 키운티 구조대에서 재회한 그레네는 PCT 종단을 중단하고 건강이 회복되는 대오 귀국하겠다며 이번 일로 인정의 고마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그레네 여인에게 구조비용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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