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2차 북미회담을 제의함에 따라 김정은의 외교역량이 다시 한 번 실험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여전히 독재형 세습국가의 형태를 띠지만 김일성이나 김정일과 달리 개방과 국제화를 향한 민첩한 외교행보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있는 것도 집권 7년차 김정은의 외교업적이다. 특히 김정은이 북미회담을 전후해 트럼프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등을 다각도로 접촉하면서 벌이는 외교전략이 자칫 동북아에서 고립될 수 있는 북한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는데 귀추가 주목된다.
20대에 시작된 짧은 정치경력으로 이미 장성택을 비롯한 핵심지도부를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정치권력 강화에 성공한 그가 국제사회를 상대로 벌이는 외교전략이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되었던 외교노선이 김정은에 들어서 남한과 미국과도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외교역량에 따른 북한의 미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집권후 3차례의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며 핵국가로서 위상을 확고히 해 왔다. 그로인한 국제사회의 각종 경제제재는 북한 경제에 치명타를 입히며 대중무역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여 대북제재 수위를 높이려 하자 북한을 둘러싼 미중관계 역시 껄끄러워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핵을 담보로 펼치는 김정은의 외교역량은 북한을 핵을 가진 불량국가에서 동북아 강국의 이미지로 격상시켰다. 김정은의 부국강병의 기조인 핵과 경제발전이라는 병진정책은 핵을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복합구도를 갖는다. 핵을 외교적으로 적절히 활용해 경제발전의 도구로 삼으려는 것이다.
김정은이 미국과 중국, 남한은 물론 러시아까지 끌여 들여 현란한 외교전략의 중심에 선 것은 역시 그의 외교 역량이 그만큼 진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북아의 중심에서 4대 강국을 상대로 펼치는 그의 전략적 유연성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보유한 핵국가로서 확고한 위치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AP통신은 북한은 핵개발의 성공에 따라 경제발전을 국가최고의 전략으로 삼아 자유시장경제체제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경제발전을 국가의 최대전략으로 삼은 중국을 모델로 개방과 자유시장경제 씨스템을 도입해 시장경제의 활성화와 사유기업의 장려를 통한 북한 경제구조의 변화를 유도했다. 나아가 비핵화로 인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로 각국가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폭넓은 무역관계를 형성하여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특히 남한으로부터 도로, 철도, 관광사업 개발에 직접적인 자본을 유치하여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를 완성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북미회담과 남북회담의 골자로 비핵화를 전략화하는데는 미중이 외교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의 이슈를 통해 서로의 힘을 견제하게 만드는 전략적 복선이 깔려 있다. 김정은이 트럼프와 회담 직전 시진핑을 만난 것도 중국을 부추겨 미국과의 힘겨루기에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전략적 선택에 의한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단계적 비핵화에 찬성하여 북한의 경제안전을 위해 각종 경제제재를 해제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정은의 외교전략에 푸틴마저 북러 정상 회담을 적극 시사하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대신해 러시아를 대체 조정자로 역이용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비핵화에 따른 의견차이로 미중관계가 껄끄럽고 중국은 더욱이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각종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문제의 권위자인 켄 가우스는 김위원장이 외교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미중러를 교묘히 끌여들여 각국의 이해관계를 통한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결국 긴장을 완화시키는 전략적 선택에 의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비핵화라는 당근을 활용해 경제제재 해제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김정은의 현란한 외교역량이 입증되는 길이기도 하다.
동북아에서 이렇듯 김정은이 짜는 긴박한 정치판에서 남한은 한수 밀려나 둘러리 역할에 머문 듯 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성사과정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의견조율에 가장 큰 공헌자이며 남북관계 진전에 절대적 역할을 해 왔다. 이로써 남북공동의 경제발전에도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북한의 경제개발과 투자가 활성화될 경우 남한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될 것이다.
이제 김정은의 뚝심과 담대함이 어떠한 성과를 거두며 북한의 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북한의 경제발전과 국제사회에서의 정상 국가화는 결국 한반도의 평화통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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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